[닷컴재도약-CEO가 변해야 산다]4회-프로의식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체임버스를 뺀 시스코, 손정의가 빠진 소프트뱅크는 상상할 수 없다. 이미 선진 외국에서는 CEO와 해당기업의 이미지가 통합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CEO 브랜드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CEO 브랜드가 기업의 시장가치를 선도한다. 특히 마케팅 파워가 사활을 좌우하는 인터넷기업에 CEO 브랜드는 기업의 생존조건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비중이 높아가는 상황이다.

◇닷컴가치는 CEO 브랜드에 달렸다 =초우량 기업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최고의 CEO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느 회사를 어떻게 변화시킨 최고경영자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스타급 CEO에 대해 인색하다. 모델이 될 만한 CEO를 만들어야 한다는 풍토도 조성돼 있지 않을 뿐더러 주요 CEO들도 자기 이미지 관리에 대해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기보다는 회사를 앞세운다. 30대 젊은 CEO가 주류를 이루는 인터넷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는 먼저 일천한 국내 인터넷기업의 역사와 경영 노하우에서 찾을 수 있다.

CEO 브랜드 색깔이 없다는 것은 CEO가 갖고 있는 철학이나 경영관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이다. 명확한 자기 철학이 없는 CEO는 더 이상 디지털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인터넷기업의 CEO는 자기연출 능력이 탁월해야 하며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넷기업은 CEO 개인의 능력과 아이덴티티가 곧 기업가치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CEO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CEO 자신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닷컴기업의 위상을 올리는 지름길이다.

◇프로의식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최근 인터넷기업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사업가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리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또 기술자가 아니더라고 기술에 대한 이해가 빠르며 쉽게 풀어서 상대를 이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되어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를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집중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의문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때까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근무시간을 정하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바로 근무시간인 셈이다. 리더십도 국내 주요 인터넷기업 CEO가 갖춰야 하는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CEO가 이 모든 영역을 도맡아 처리할 수는 없다.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보완하는 「인적 네트워크 코디네이터」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기업의 재도약을 위해 관리능력보다는 리더십을 갖추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CEO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장감을 길러라 =주요 CEO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마 「세계 최초, 업계 처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시장이나 기술을 조금만 이해하고 있다면 얼마나 아전인수격인 이야기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아주 똑같은 기술이나 모델은 아닐지라도 유사한 기술이 이미 나와 있거나 비즈니스 모델 역시 비슷한 사례가 다반사다. 그만큼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산업계 혹은 기술 전반에 대한 현장감과 통찰력이 없다면 사업결정이 더딜 뿐더러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무리한 사업계획 역시 따지고 보면 시장이나 현장감각을 무시하고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CEO가 시장이나 산업계에 발을 딛고 서 있을 때 닷컴기업의 현재가치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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