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를 비롯해 당정 차원에서 전자정부 조기구현 의지가 강력히 피력되고 관련 법제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기반 사용자인증수단으로 전자서명기술과 IC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자부의 사용자인증용 IC카드가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과거 전자주민카드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전자정부 사업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현재 진행중인 전자정부법 제정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시범적 형태의 사용자인증용 IC카드 보급을 구상중이며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이미 내부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전자정부법이 윤곽을 드러내는 대로 온라인 공문서 처리와 대민서비스 업무에 전자관인 및 IC카드를 보급한다는 복안이다. 행자부 산하 정부전산관리소(GCC) 관계자는 『일단 전자정부법이 통과되는 대로 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CC는 일단 올해는 PC에 인증서를 저장하는 형태로 그룹웨어(나라21) 등 각종 공문서 전자유통시스템에 전자관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행자부는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IC카드 형태의 공문서 인증수단을 발급키로 부처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자정부법이 통과되면 당장 올해부터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군·구 종합정보시스템에 전자관인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행자부가 「공공」업무에 국한한 공무원용 IC카드 보급을 구상중이지만 결국은 전자주민카드로의 확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문서 처리에 활용하더라도 결국 대민서비스는 민간 부문의 참여가 전제되는 것』이라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야 하는 만큼 진통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실무 차원에서는 사실상 전자주민카드의 초기 형태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IC카드 발급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과거 쓰라린 실패 경험을 의식해 직접 전자주민카드를 거론하고 있진 않지만 각계 여론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자주민카드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IC카드 업계 관계자는 『행자부가 전자주민카드사업을 물밑에서 진행중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최근 전자정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초기 전자주민카드가 입안될 당시에는 주민등록·운전면허·여권 등 각종 생활정보를 수록, 전자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전자정부 구현의 안전한 기술인프라로 명분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행자부의 이같은 행보는 전자정부법 제정과정에서 전자서명법 주무부처인 정통부와의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양 부처는 공공부문의 전자서명은 「전자관인」으로 행자부가 관장하고 민간 전자상거래(EC) 영역은 정통부가 관할키로 합의했지만 영역구분 자체가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업계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행자부는 지난 98년 경제난과 예산부담을 이유로 전자주민카드사업의 「중도하차」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집중에 의한 인권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전자정부를 계기로 전자주민카드가 다시 부각되면서 올해 국가적 차원의 정보기술(IT)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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