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시장 혼전 전망

대형 반도체업체들의 잇따른 가세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독주하다시피 한 디지털신호처리기(DSP)시장의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초 인텔과 아날로그디바이스가 2년 동안 공동 개발한 DSP 코어 신제품을 발표한 데 이어 올초 IBM은 LSI로직의 DSP 코어를 바탕으로 무선통신용 DSP를 올해 말께 출시하기로 LSI로직과 합의했다.

이로써 TI와 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2파전 양상을 보였던 DSP시장은 인텔-아날로그, IBM-LSI로직이 가세하는 4파전으로 치닫고 업체간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DSP는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프로세서로 AV제품은 물론 기지국 네트워크, 교환기 및 이동통신단말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각종 통신기기에도 핵심부품으로 떠올라 오는 2003년께 세계시장 규모가 130억∼1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유망품목이다.

더구나 DSP시장은 기복 없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데다 응용기술로써의 가치가 높아 인텔과 IBM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IBM은 LSI로직의 「ZSP」라는 DSP 코어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 0.13미크론 공정을 적용한 무선통신기지국용 DSP를 올 4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IBM은 또 앞으로 입출력장치, 내장형(임베디드) 메모리, 지적재산(IP)을 집적시킨 시스템온칩(SoC) 제품을 생산해 LSI로직과 함께 DSP 아키텍처의 시장표준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인텔과 아날로그디바이스도 공동으로 통신용 임베디드시장을 겨냥한 마이크로시그널아키텍처(MSA)라는 DSP 코어를 개발, 지난해 12월 초 출시했다.

신호처리와 마이크로 컨트롤러 기능을 통합한 이 제품은 주파수 속도 300㎒에 초당 3억3600만개의 명령어를 처리(336MIPS, 1밉스는 초당 100만 명령어 처리)할 수 있다. 인텔과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이 코어를 이용한 DSP 칩을 이른 시일 안에 출시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97년 스타코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DSP 코어를 공동 개발한 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올해부터 대대적인 시장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모토로라는 「SC140」에 기반을 둔 DSP 칩인 「MSC8101」을 출시, 고속 인터넷 네트워크, 이더넷, 기지국, 교환기 등 통신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에는 「SC140」보다 저가인 「SC110」 코어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개발해 이동통신단말기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기지국용 고성능 DSP시장을 겨냥, 「SC140」 코어를 이용

한 DSP 칩 「스타프로(Starpro)」를 출시했다.

DSP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보였던 TI는 다급해졌다. 상대가 인텔과 IBM, 모토로라 등 초강수들이어서 자칫하다가는 상당수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TI는 기존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TI는 주력제품인 C62x로 기지국용 DSP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해왔다. 따라서 고성능 DSP인 「TMS320 C62x」 시리즈를 「C64x」로 업그레이드하고 가장 대중적인 「C54x」를 「C55x」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TI는 C54x에 기반을 둔 플랫폼인 「OMAP」를 개발, 고성능 DSP시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DSP시장을 둘러싸고 업체간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업체간의 이같은 경쟁으로 DSP의 가격도 크게 낮아지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업체간의 우열도 서서히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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