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살이 되는 안양 부흥중학교 2학년생 금창준군. 정보통신혁명의 최대 수혜자로 서슴없이 꼽히는 바로 그 1318세대다. 하지만 창준이의 일과를 보면 별로 신날 것도 재미날 것도 근사할 것도 없다.
창준이도 집에 펜티엄급 PC가 있고 초고속통신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최신 휴대폰도 갖고 있다. 학교와 집 주변엔 PC방이 즐비하고 학교에도 컴퓨터실이 넓직하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창준이가 쓸 만한 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게임밖에 없어요. 가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지만 멜 확인말곤 잘 안써요. 볼 거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죠. 게임이 젤 재밌어요. 다른 애들도 다 그래요.』
게임말곤 할 거리가 없는데 게임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꽃으로 불리는 채팅도 별로다. 시시한 농담과 말장난이 전부다. 어떤 애들은 밤새 채팅하느라 아침이면 눈이 빨개져 오기도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얼마전 부모님이 사주신 휴대폰은 자랑거리이긴 하다. 요즘 뜨는 여가수 박지윤이 광고한 빨간색 카이코코. 하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분당 요금이 비싸서 맘편히 쓸 수가 없다.
『그냥 캐릭터를 다운로드해 화면을 바꾸는 데만 사용하는 게 고작이죠 뭐. 휴대폰 요금이 비싸니까 짧은 메시지만 주고받고 그냥 끊어요. 애들이랑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하죠.』
창준이에게 휴대폰은 그저 재미거리, 비싼 장난감에 불과하다. 부모님의 스케줄 체크와 감시용 장비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직까진 무선인터넷에서 건질 건 별로 없다. 그냥 남들도 갖고 있으니까 갖고 다니는 것일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빠듯한 일정탓에 PC방에 갈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방학인 지금도 낮에는 거의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PC방에서 친구들과 한게임 하기도 버겁다.
『어른들이 생각하듯 날밤 새며 게임에 채팅에 빠질 수 없어요. 게다가 안양은 고교 평준화지역이 아니어서 입시율이 좋은 고등학교로 가려고 정신없거든요. 코피 쏟아가며 공부하는 애들도 수두룩해요. 학교 수업시간하고 맞먹는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는 애들이 대부분인데 인터넷이고 뭐고 없죠.』
방학인데도 창준이는 학원과 집을 오가는 챗바퀴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유명한 해커 케빈 미토닉을 좋아하는 창준이는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꿈.
『학원에서 돌아오면 잠자기 전까지 프로그래밍 공부에 짬을 내보지만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긴 쉽지 않아요. 어디에 좋은 정보가 있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인터넷은 정보가 넘치도록 많지만 좋은 걸 골라내긴 힘들죠.』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 내던져진 우리 아이들. 수혜자라기보다는 사이버 미아에 가깝다. 인터넷은 1318세대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다. 고급정보는 멀리 있고 제대로 놀아보기엔 썰렁한 곳. 이것이 1318세대가 놓여 있는 현주소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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