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대의 개화로 저장할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서버에 밀려 조연에 머물렀던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가 점차 서버를 따돌리고 주연으로 부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세계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367억달러에 달하고 오는 2003년에는 스토리지 매출이 오히려 서버를 앞지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처럼 스토리지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나 데이터웨어하우징(DW), 그리고 고객관계관리(CRM) 등 대규모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DW나 ERP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용량이 얼마되지 않지만 구축이 완료된 후 운용 과정에서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2∼3배로 급증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스토리지의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둘째, 인터넷시대의 만개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나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제공업체(ASP)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인터넷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스토리지 구축이 필수적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IDC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40만TB가 판매된 스토리지 용량이 향휴 계속 폭증하면서 내년에는 이의 3배인 130만TB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DC는 스토리지 분야 중 메인프레임이 앞으로 매년 최소 25%, 그리고 개방형 시스템 부문은 100%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 스토리지업체들의 시장 선점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세계 PC 경기가 그동안의 고성장시대를 접고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세계적 컴퓨터업체들이 수익성 다원화 차원에서 스토리지 시장에 사운을 걸 수밖에 없어 어느 해보다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성능(하이엔드) 분야에서 세계 최대 스토리지업체인 미국 EMC는 이미 지난 11월에 차세대 스토리지로 평가받고 있는 네트워크부가형(NAS)사업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NAS는 호스트 서버 대신 네트워크에 접속해 사용하는 것으로 초기투자를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EMC는 이 시장 공략을 위해 NAS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크러스터를 3억달러에 인수, 관련 제품을 보강하는 한편 미드레인지급 NAS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MC의 이런 움직임은 보급형(로엔드) 스토리지 시장과 NAS 시장의 1위인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NA)와 일대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IDC는 EMC와 NA가 NAS 시장에서 각각 30%와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종합컴퓨터업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IBM도 지난해 9월 스토리지 그룹의 위상을 서버와 글로벌서비스 그룹 같은 수준으로 격상하는 등 이 시장 공략에 큰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최대 PC업체인 델컴퓨터의 경우 지난 9월 ISP 등을 공략할 목적으로 스토리지 전담사업부서를 신설한 바 있으며 델은 타 업체보다 PC 의존도가 높고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이 있어 가격인하 등의 파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HP·컴팩·선 등도 올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IT 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토리지 시장의 과실을 따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작정이다.
올 세계 스토리지 시장에서 예상되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용량의 대형화가 급속히 이뤄진다는 점이다.
최근 EMC는 이미 단일 기업에 공급한 것 중 세계 최초로 1페타바이트(PB:1000TB) 급의 스토리지를 세계 최대 ISP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공급해 PB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밖에도 NAS와 함께 차세대 스토리지군으로 불리는 저장통신망(SAN)도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점차 NAS와 SAN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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