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의 저녁식사」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임상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은 원래 그가 데뷔작으로 준비했던 「눈물」이다. 상업적인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접어뒀던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영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부활한 셈이다. 「눈물」은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산업적으로도 주목해볼 만한 영화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눈물」은 영화적으로는 재미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슬픈 영화다. 가족이나 사회를 보는 임상수 감독의 시선은 꽤나 냉소적이며 그들에겐 어디에도 화해의 탈출구는 없는 듯 보인다. 거리로 나선 10대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눈물」은 제작 초기부터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자주 비교대상에 올랐다. 제작방법에서부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엿보기 관점의 다큐멘터리 성격을 강하게 부각했던 「나쁜 영화」에 비해 「눈물」은 확실한 픽션이며 영화적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좀더 솔직하고 정직한 영화일 수 있다.
가출한 순진한 소년 한, 폭력적이며 양아치처럼 인생을 살아가지만 친구인 한을 늘 챙겨주는 창, 가스를 흡입하며 우울한 과거를 벗어나고자 하는 오토바이소녀 새리, 술집의 접대부로 일하며 창에게 모든 걸 바치는 란.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의 삶은 어른이 기대하는 희망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우연히 집단섹스가 벌어지려는 찰나 새리의 탈출을 도와주게 된 한은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둘은 「나쁜 잠」을 자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함께 산다. 방을 구하기 위해 새리는 란과 함께 술집에 나가지만 새리를 좋아하는 술집 지배인 용호는 늘 새리의 주변을 맴돈다. 재미 없는 삶,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그들의 분노와 음모는 늘 어리숙한 몸짓일 수밖에 없다. 어느날 한과 창은 집단 강간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출감돼 나온 한은 용호의 손아귀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새리의 모습과 마주친다. 싸움과 섹스, 가스흡입과 절도로 점철되고 때로 불경스럽게 여겨지는 이들의 모습에서 관객은 이들을 내팽개친 사회의 더 큰 폭력을 느끼게 된다.
철저히 현장조사를 통해 쓰여졌다는 「눈물」의 시나리오는 다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확실히 매력적이다. 야하고 폭력적이며 뒷골목의 언어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대사는 때로 코믹하기도 하다. 초보 연기자라는 주인공들의 연기도 신선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건 아마도 결국 이들의 해방구가 너무 멀리 있다는 자괴감일 수 있으며 세상을 좀더 영악스럽게 살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냉랭한 편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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