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 폭발과 화학과 독가스 포스겐 누출 등 각종 대학 실험실 사고 발생 이후 실험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지만 대학 실험실은 여전히 안전불감증 지대로 남아있다.
이화여대·중앙대·충북대·단국대 등 대부분 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실험 후 폐기물은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직접 용기에 담아 보관한 후 해당기관을 거쳐 처리된다.
이는 보통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충북대의 경우 실험 후 폐기물 발생기관 및 실험실이 공과대, 자연과학대, 농과대 등 65개에 달하고 이들이 배출하는 폐기물은 한학기 평균 20L 용기 120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충북대 유기화학과 석사과정 김영수씨(30세)는 『실험 후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에 대해 학교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론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홍용덕씨(29)도 『대부분 실험실이 실험기자재를 설치하기에도 공간이 부족한데 악취가 심한 유기용매를 제때에 처리하지 못해 쌓아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이공계 실험실 환경은 0점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 실험실 안전점검이나 교육도 형식에 그치기 일쑤다.
이화여대의 경우 1년에 두차례 관할 소방서를 통해 이뤄지는 30분 강의와 30분 실습이 실험실 안전교육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부분 실험실에서 안전교육은 관련서적이나 공문을 회람하는 것에 그쳐 제대로 된 안전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장비역시 이화여대, 단국대 등 실험실은 소화기 1대를 겨우 갖추고 있을 뿐 심한 경우에는 이를 간이소화기로 대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위험에 방치된 실험실은 이미 모든 대학에서 일상화된 얘기다.
일례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사고 이후 발족한 서울대 실험실안전대책위가 지난 99년 서울대 자연대와 공과대 석박사 과정 학생 2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험실 안전사고를 경험했다는 학생들이 조사대상의 50%, 실험실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응답이 87%에 이르렀다.
또 현재 실험실 안전교육이 부실하다는 응답도 64%에 이르는 등 실험실 안전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다시 설문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대학측이 이같은 실험실의 열악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비좁은 실험실, 부족한 안전장비,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점검 그리고 학교의 무관심이 언제 다시 제2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폭발사고를 초래할지 모른다.
사고발생 후에 대책을 세우는 일은 소용없다.
「대학 실험실 안전」에 대해 무엇보다 대학측의 성의있는 접근과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명예기자=김미정·충북대 morning-b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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