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는 e마켓플레이스(이하 e마켓)를 인수해 달라는 제안서가 하루에 최소 1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B2B 솔루션 임원의 말이다. 『외국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가 성사되면 국내 주요 주주사를 대상으로 추가 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어려운데 십시일반 해야하지 않겠는가.』 대형 e마켓에 투자한 대그룹 임원의 고백이다.
이 모두 국내 e마켓 시장의 M&A 기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얘기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M&A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량은 회자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올 상반기 중 e마켓 M&A는 국내 B2B 시장의 핫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황 = 지난해 출발한 기업소모성자재(MRO) 분야의 대형 e마켓들은 공통적으로 자금난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A 대형 e마켓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주주사를 움직일 만한 대형 사건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M&A는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비스 원년이나 마찬가지인 대형 e마켓간에 설마 M&A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M&A란 그 성격상 「오너의 결단」이 우선되기 때문에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특히 당장의 M&A가 아니더라도 전략적 제휴나 업무협력처럼 M&A로 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종별 e마켓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섬유 B2B 분야에서 잘 알려진 B e마켓의 경우 자본금 45억원 중 현재 5억원 정도만 남았다. 해당 e마켓은 자본금 소각 형태로 감자를 통해 「체중조절」을 한 뒤 시장에 내놓을지 신임 경영진이 끌고 나갈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검토중이지만 솔루션 사업자와 매각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역시 섬유 분야의 C e마켓은 지난해 초 소프트뱅크코리아로부터 490만달러를 유치해 주목받았으나 현재는 심각한 경영압박으로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중소기업 해외수출입 전문 e마켓 D사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두 해외로 출국했다. 사무실이나 사이트 모두 폐쇄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 중 매각이든 청산이든 정리할 계획이다. 이밖에 석유분야의 E e마켓과 축산물 분야의 F e마켓은 이미 지난해 중순경부터 사이트를 폐쇄한 이후 사이트를 인수할 업체를 물색중이다.
◇배경 = 국내 e마켓 시장의 M&A 바람은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e마켓별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e마켓을 통한 거래 특성, 사업성공 요인 등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나 무리한 기대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형 사업자의 경우 무리한 초기 투자비가 화근이다. 이들은 외산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100억원을 웃도는 비용을 들였다.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국산 솔루션으로 바꾼 한 e마켓플레이스의 대표는 『패키지 구입비용과 컨설팅 비용을 포함, 80억원을 들여야했다』며 『e마켓플레이스를 열기도 전에 기업 문을 닫을 판이었다』고 회고했다.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MRO는 대기업들이 대거 몰릴 정도로 「돈되는 분야」로 주목받았다. 우선 기업의 큰 공통분모인 소모성 자재를 이용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면 자연스레 업종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세부 사업계획을 짜나가면서 「오산」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예상되는 거래 규모로는 인프라에 투자한 규모와 비교할 때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업종별 e마켓 역시 마찬가지다. e마켓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한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99년 상반기 이전에 설립된 e마켓 중 다수는 해당업종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보하지 않는 업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망 = M&A의 유형만 놓고 보면 e마켓플레이스간 통합 외에도 솔루션 기업이나 온라인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제3자가 인수업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보다 강력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e마켓플레이스 인수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해당 e마켓플레이스의 주주구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 또한 e마켓플레이스 자체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잣대이기도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파트너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e마켓플레이스간 상호접속, 즉 M2M의 본격 등장이다. MRO를 겨냥해 출발한 대형 e마켓플레이스들이 수익모델의 근원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특정 업종의 직접자재 거래에 나서고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한 대형 e마켓플레이스는 M2M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20억원 규모의 외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의 관계자는 『상반기 중 사업을 접는 e마켓플레이스가 속출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e마켓플레이스 M&A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하반기에는 M2M이 본격 등장할 것으로 보여 국내 B2B 시장에도 대형화, e마켓플레이스간 제휴와 통합의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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