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자리 꽃나무에 깃든 간절한 통일의 염원」(요약)…양진영 horosh@hanmail.net
6.25때 피난민이었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한 나(진영)는 엄마와 함께 인천 할아버지댁을 향하는 차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재미있게 들었던 북한에서의 어린시절 이야기, 시간이 날 때마다 고향 묘향산 풍경을 한점한점 그려내던 모습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할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묘향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신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신 적은 한번도 없다. 할아버지는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TV앞에서 훌쩍거리고 있을 때도 할아버지는 방에서 그림만 그리고 계셨던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방송이 끝난 후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써온 작문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상봉장면을 보고 울었다는 아이, 통일을 싫어하는 동생을 설득했다는 아이, 우리나라의 통일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아이. 이런 여러 생각과 사상속에서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지난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평양의 시민들…, 생김새도 같고 말도 같고 또한 뿌리도 같은 사람들이구나. 하지만 절절히 스며드는 한민족이라는 이름도 듣기 좋은 통일이라는 문구도 통일후에 닥칠 어려운 난관을 생각하면 헐고, 헤지고, 색이 바랜 채 내 마음속에 닿는 것이었다.
통일…, 통일…, 통일….
자꾸만 되뇌어도 나의 비겁한 마음은 그 단어를 자꾸 허공에 띄워 놓기만 하였다. 확 사로잡아서 나의 마음 한구석에 콕하고 박아 놓아야 할 그 단어를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리벽을 쌓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례를 치르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할아버지의 묘향산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묘향산 그림마다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다. 백두산 사진에서도 꼭 등장하는 「담자리 꽃나무」라는 식물이었다. 마치 솜털로 꽃을 엮어 놓은 듯한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고지대에서만 산다는 담자리 꽃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하얀 수염을 두르고 계신 할아버지를 보는 듯하였다. 마음속에 항상 고향에 대한 향수를 품은 채 이북에 발을 딛고 싶으신 소망을 가지고 계셨던 할아버지가 백두산에, 묘향산에 다시 담자리 꽃나무로 피어나 있지는 않을까. 언제나 높은 곳에서 자손들을 내려다 보시며 너희들이 꼭 통일을 이루어 내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북풍에 당신의 목소리를 실어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나에게는 꿈이 하나 생겼다. 바로 통일 관련 학과에 진학해 통일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구해 보는 것이다. 좀더 심도있는 학문을 통해 진실된 우리나라의 청사진을 청소년들에게 제시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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