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실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이곳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비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가는 데도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징은 우리의 실생활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먼 나라에 유학을 간 자녀와 e메일을 통해 수시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외국인들과 인터넷채팅을 통해 만남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이 가진 장점이 가장 크게 발휘될 수 있는 분야에서 「무역」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프라인에서 따르는 많은 시간·공간적 제약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온라인 무역」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온라인 무역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온라인 무역량을 늘리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열여섯번째 이야기는 최근 들어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무역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e비즈니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요즈음, 우리는 거의 매일 새로운 e마켓플레이스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의 e마켓이 한 국가내에서 머물렀던 것에 반해 최근에 생기는 e마켓들은 대부분 한 나라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각국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e마켓을 통한 온라인 무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미국에서 e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50개 회사 경영진들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해 글로벌 온라인 무역을 늘리려는 업체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해외 업체들과의 교역이 계속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무역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내년쯤에는 회사가 운영하는 e마켓 전체 교역량 중에서 43% 정도가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과의 교류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비 미국 지역과의 교역량이 지난해에는 전체의 19% 정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2배가 넘게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이들 경영진은 온라인 무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오프라인 무역에서 숙제로 남아있던 각 나라마다 다른 비즈니스 관행과 현지 인력과의 의사소통 등의 문제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온라인 무역이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술적인 한계도 온라인 무역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경영진들은 이와 같은 문제가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온라인 무역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무역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는 온라인 무역이 오프라인 무역이 갖지 못한 여러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거래 절차를 단순화 시켜준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무역의 구조적인 비효율성으로 인해 제기됐던 많은 문제점들이 온라인 무역 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온라인 무역은 실시간으로 현지 파트너를 물색할 수 있으므로 그동안 교역 상대국의 협력사를 찾기 위해 낭비됐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외에 계약부터 화물의 선적, 운송, 배송까지 교역의 모든 단계가 전산화되어 상시 체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온라인 무역이 모든 품목에 걸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수시로 거래되고 제품 형태가 일반화된 D램이나 원유, 제지 같은 품목은 온라인 무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항공기처럼 장기간의 사전 준비와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레스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e마켓에서 이뤄지는 수출량의 규모는 지난해 8억달러에서 올해 65억달러로 늘어나고 2004년에는 407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서유럽이 2004년 2149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북미(1278억달러), 아태(504억달러), 동유럽(48억달러)의 순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60억달러로 최대 온라인 무역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이며 독일(439억달러), 캐나다(388억달러), 영국(277억달러)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86억달러 규모로 일본(150억달러)에 이어 아태 지역에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포레스터는 전망했다.
각 지역의 온라인 무역 특징으로는 서유럽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석유화확 분야가 월등히 많은 수출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유럽의 석유화학업체들은 2004년에는 490억달러 정도의 온라인 수출을 기록해 이 분야 전체 수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다.
북미 지역은 온라인 매출 규모에 비해 수출은 적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과 캐나다의 e마켓을 통한 매출은 2004년 1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지역과의 거래량은 7%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아태 지역의 온라인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3% 정도에 그쳐 온라인 무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지역은 전체 온라인 무역량의 90%가 다른 지역으로 수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북미 지역에 대한 수출량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포레스터는 온라인 무역 규모가 나날이 성장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국가도 있는 반면 인프라 미비, 기술력의 한계 등으로 인해 뒤처지는 국가도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호주, 독일 등 19개 국가는 2004년 전세계 온라인 무역량의 80%를 차지하는 「e비즈니스 적극적 수용국」으로 분류된 반면 일본, 한국, 홍콩, 아르헨티나, 스페인, 중국, 페루, 브라질 등 25개 국가는 전세계 온라인 수출의 22%, 수입의 12%만을 차지하는 「e비즈니스 소극적 수용국」에 포함됐다.
이처럼 나라마다 온라인 무역이 다르게 발전함에 따라 이에 맞는 온라인 무역 전략을 수립하라고 포레스터는 충고한다.
먼저 교역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각 나라의 e비즈니스 환경은 선진국가에서 후진국가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온라인 무역을 무모하게 모든 나라에 걸쳐 시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우선 기본 환경이 갖추어진 나라를 상대로 온라인 무역을 추진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기존의 방식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무역 환경을 갖추지 못한 나라라고 해서 이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출발은 늦더라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 지원이 뒤따른다면 언제든지 온라인 무역에 동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IT업체들은 온라인 무역 시장에 주목해 이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온라인 환경이 갖추어진 나라는 물론 그렇지 못한 나라도 큰 시장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마켓 수출 지수(eMEI)
포레스터는 세계 각국의 전체 수출량과 e마켓플레이스 수출량을 조사하여 「e마켓 교역 규모의 성장에 따라 예상되는 잠재적인 이득」을 나타내는 「eMEI(eMarketplace Export Index)」를 산출했다. 포레스터는 eMEI가 높은 국가의 업체들이 글로벌 e마켓을 주도할 것이며 전세계 온라인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이 지수가 낮은 국가들은 글로벌 e마켓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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