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 현주소>7회-멀티미디어카드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은 국내 PC수요의 성장에 힘입어 매년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해왔다. 특히 외환위기 때 가산전자, 두인전자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이 부도를 내면서 위기를 맞았던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산업은 최근 신규업체들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품목도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위주에서 TV수신카드나 동영상편집카드, 개인용비디오저장장치(PVR)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멀티미디어카드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시장확대나 품목 다양화 등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국내 컴퓨터 산업 중 기술종속이 심한 분야 중 하나다. 제품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기술수준은 높다. 그렇지만 대만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은 제품의 안정성 및 고객지원을 중요시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데 반해 중소 PC조립 업체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 시장은 대만산 제품이 장악하

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그래픽카드는 국내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핵심부품인 그래픽 칩을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그나마 보드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도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그마컴·제이스텍·슈퍼마이크로시스템 등이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원가절감과 품질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TV수신카드는 핵심부품인 수신 튜너를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품질과 가격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형 PC제조업체에서 TV수신카드를 장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신규 참여업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디지털방송 실시와 함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TV수신카드는 디지털스트림·시그마컴·사람과셈틀·제이스텍 등 10여개 업체가 디지털TV수신카드를 출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방송과 연관된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초기 형성단계이기 때문에 국내업체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며 해외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핵심부품의 외국 의존도가 크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TV수신카드와 마찬가지로 올해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는 PVR는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다. 이 제품은 국내 시장보다 일본을 위시한 해외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 전망이다. 국내 업체의 경우 대만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기술수준이 높고 카드형·외장형·세트톱박스형 등 제품 형태를 다양하게 출시할 예정이어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미디어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핵심부품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경우 대부분 중소규모여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들어가는 개발비용을 자체 해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를 정부 주도 하에 진행하고 개발 부품에 대한 구매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부품의 공동구매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대만산 제품과 가격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핵심부품의 공동구매다. 대만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열쇠도 부품 공동구매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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