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이마트·까르푸·월마트·홈플러스 등 시중 대형 할인점간에 빚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격경쟁의 불똥이 소형가전을 공급하는 중소가전업체들에 튀고 있다.
대형 할인점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들 제품의 공급가격을 터무니없이 낮게 요구, 제조원가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할인점 판매비중이 높은 중소가전업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형가전업체들이 이같은 할인점의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가격인하분을 원가절감 등 생산성 향상에서 찾기보다는 품질을 떨어뜨려 제조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결국 피해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소가전업체들 대부분이 자체유통망이나 영업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제품의 판매를 유통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으로 대형 할인점의 경우 중간 유통업체를 거쳐 납품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중간마진까지 부담할 경우 이익을 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신유통이 많이 등장하면서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자금 등의 관리가 까다로운 재래시장을 아예 무시하고 할인점이나 홈쇼핑업체를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대거 나타나고 있어 대형 할인점간 가격경쟁에 따른 피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소가전업체 A사 사장은 『올 겨울 인기품목인 전기히터는 시중유통업체에 넘기는 가격보다 2000∼3000원을 깎여 원가에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기껏 만들어서 유통업체만 배불리고 남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소형가전을 생산하는 B사 사장은 『어떤 곳은 경쟁업체에 동일 모델을 납품하면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며 『할인점이 결제조건이 유리하고 한번에 많은 물량을 거래할 수 있어 무리한 요구도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간유통업자들은 할인점이 특별행사 등을 통해 판매가를 전격적으로 내리고는 납품가 인하를 공급자 측에서 요청한 것처럼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할인점 관계자는 『제조업체들간 과당경쟁으로 자기들 스스로 공급가 인하를 제안하기도 한다』며 『공급가 인하를 업체들에 강압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제품의 경우 다른 할인점에 대한 공급을 자제토록 요구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자체 PB상품에 국한된 것일 뿐』이라며 『독점공급을 조건으로 공급철회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가전업체들 대부분이 이같은 상황을 여러차례 겪어왔고 이 때문에 업체들 사이에서 중소 공급업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모임을 결성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가전업체들은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자금의 안전한 회수가 쉽지 않은 재래시장에 비해 결제조건이 확실하고 대량 공급이 보장되는 할인점이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할인점간 경쟁에 제조업체를 희생시키는 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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