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백화점보다 1만원 정도는 싸게 샀으니까….』
전자상가 고객 가운데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장 밖으로 나와있는 음식 그릇, 화장실이나 구석진 곳의 담배꽁초들, 통로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물건을 피해가면서 쇼핑을 마친 고객들이 「전자상가가 그렇지 뭐」하면서 같은 제품을 백화점과 비교해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점에 자위하면서 내뱉는 말들이다.
전자상가는 많이 변했다. 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 등 백화점 콘셉트를 도입한 전자상가도 등장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전자상가들이 불쾌한 쇼핑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으며 백화점 콘셉트를 도입한 전자상가에서도 상인들의 무신경한 물건방치 등으로 고객들의 쇼핑에 불편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백화점 매장이 산뜻해 보이는 것은 그만큼 고급스럽게 꾸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업원들의 복장과 제품 디스플레이, POP 등이 통일돼 있다는 것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이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전자상가도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로 몇몇 전자상가는 일부 추진하고 있다.
기분좋은 쇼핑 환경은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고객과 실제로 접하는 상인들의 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고객을 대하는 상인도 쇼핑 환경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이젠 전자상가도 친절과 복장의 통일은 물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백화점과 달리 전자상가는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매장이 밀집돼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일관성 있는 환경개선작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가 내부에서는 내부 매장간 경쟁이지만 외부적으로 볼 때는 상가간 또는 다른 유통채널과의 경쟁이다. 고객들은 상가 전체의 이미지를 보고 그 상가를 찾는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집객력이 높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그 혜택은 개별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전자상가는 싸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싸다는 점만을 내세우기에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들의 의식이 너무 많이 변했다. 더욱이 양판점·할인점 등이 가전제품의 주요 유통채널로 급부상하면서 전자상가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어 지금까지의 전자상가 「고정 팬」도 좋은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많은 고객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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