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브 유길명 팀장」 「컴투스 김창한 팀장」 「엑세스정보기술 홍용준 이사」 등등.
이들은 모두 벤처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였다. 자신이 운영하던 벤처기업 경영권을 전문 CEO에게 물려주고 유망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최일선에서 「권토중래」하는 전직 CEO 출신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CEO라는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판단과 비전에 따라 미련없이 백의종군의 길을 택했다는 것. 과거 초보 CEO로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부족함을 자신의 고유역량을 바탕으로 유망 벤처에서 새롭게 다지고 더 나은 비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다.
온라인서비스임대업(ASP) 전문업체인 넥서브의 유길명 팀장(22)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12월부터 넥서브의 CEO 보좌 및 홍보팀장으로 근무중인 유 팀장은 약관의 나이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모 한·양방 의료 포털 업체의 어엿한 CEO였다.
지난 99년 기관 펀딩을 통해 테헤란밸리에서 1년 정도 벤처스타의 씨앗을 키웠지만 「초기 벤처에서 CEO의 역할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보다 능력있는 전문 CEO에게 바통을 넘겼다.
『사장 보좌업무를 수행하면서 한발 물러서 나무와 숲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다』는 유 팀장은 『이곳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경험에 이론적 고민을 더해 전문성을 가진 성공적 벤처 CEO상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무선게임 전문업체인 컴투스의 최고마케팅담당자(CMO)로 변신한 김창한 팀장(33)은 지난해까지 기업대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 업체의 CEO였다. 국내 대형 광고대행사의 마케팅 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수익모델 부재와 추가 펀딩 실패로 고전하다 결국 사업을 접고 스스로 자신을 갖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김 팀장은 『벤처기업은 전문성에 바탕을 둔 비전을 통해 한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우선 저의 전문분야인 마케팅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소단위 팀의 유기적 결합이 매우 중요한 벤처기업에 대한 새로운 경영철학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웹에이전시 홍익인터넷의 자회사 엔토이닷컴의 CEO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난해 12월부터 e메시징 전문업체인 엑세스정보기술에서 기술담당이사로 활약중인 홍용준 이사(31)는 더욱 특이한 경우다.
인터넷 콘텐츠 업체인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창업 멤버였고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장난감 쇼핑몰 운영업체 엔토이닷컴의 CEO였던 홍 이사는 스스로 경영자로서의 부족함을 인정, 전문 CEO에 경영권을 넘기고 엑세스정보기술에 공채로 당당히 입성했다. 그는 『바람직한 CEO는 화려한 경력과 기술적 지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실패와 경험이 정제되는 과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헤드헌팅 업체 드림서치의 박진호 실장은 『최근 벤처기업의 부침이 지속되면서 이직을 의뢰하는 CEO와 임원진들이 1주일에 2∼3건에 이른다』면서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후배에 물려주겠다는 CEO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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