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형 산업환경이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무역관행도 빠르게 미래형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제 「클릭&모타르」는 e비즈니스를 상징하는 기업경영전략만이 아니다.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무역도 굴뚝과 첨단디지털의 이미지가 결합된 클릭&모타르형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새 급성장한 전자상거래(EC)는 이미 각국의 주요 무역정책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강국을 기치로 새천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틀을 짜고 있으며 지난해 「사이버무역」 활성화를 핵심 정책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디지털전략을 발판으로 차세대 무역환경에서는 수출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한해 수출물량이 수십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e하이텍스(http://www.ehitex.com)라는 e마켓플레이스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동안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온 불용성 자재(하드디스크)를 해외에 돈을 받고 팔아 치운 것이다. 지금은 쓸모없지만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창고에 쌓아두기에는 비용부담이 더 큰 골치덩이를 EC로 해결책을 찾은 셈이다. 금액은 수천만원에 불과해 삼성전자로서는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이 국내기업들의 수출입지를 점점 조여오는 상황에서 이같은 체험은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권재형 이사는 『결국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 물건도 오히려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현재로선 그 절대규모보다는 EC가 가져다 줄 새로운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전체 교역물량 가운데 절대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EC가 열어젖힐 수출확대의 가능성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반도체3사의 공급물량이 일부 줄어들면 국제가격은 그 몇배에 육박할 정도로 뛰는 것처럼 향후 파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몇년새 빠르게 확산된 인터넷무역알선사이트들도 디지털무역환경의 전면에 서 있다. 지방공단의 플라스틱용품 제조업체는 지난 99년 국내 최대규모의 알선사이트를 통해 해외바이어를 소개받아 실제 수출실적을 올림으로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터넷무역알선사이트를 통한 수출이 지금은 극소수에 머물지만 미래에는 「창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리 틀린 예측은 아니다.
시장변화에 대한 인식확산과 함께 최근 정부차원에서는 사이버무역환경 조성을 위한 법 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대외무역법을 EC 및 사이버무역 환경에 맞도록 전격 개정하고 오는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핵심 개정내용은 SW·온라인서비스 등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수출상품 인정과 사이버무역 지원기관인 전자무역중개기관 신설. 그동안 SW분야는 차세대 국가기반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도 수출지원 등에서는 한참 소외돼 있던 게 사실이다. 대외무역법의 개정으로 온라인 SW 및 일부 서비스도 수출실적을 올릴 경우 올해부터는 각종 금융·세제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전자무역중개기관은 국내를 대표하는 사이버무역센터로 오프라인기업들의 전방위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그동안 사이버수출 활성화의 난제로 지적돼 왔던 국내 거래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대신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 교육·컨설팅 등 각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C와 사이버무역알선서비스가 국내산업의 수출 도약에 획기적인 단초를 주는 것
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시대의 변화를 짓누르고 있는 걸림돌은 해외 각국의 움직임과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무역·통관제도를 전자무역환경에 맞게 개선하는 문제부터, 기업들이 사이버무역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당장 풀릴 사안은 아니다. EC가 글로벌화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 가운데 세제·지적재산권 분쟁 대응은 어느 나라도 먼저 나설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통상정보학회 이호건 교수는 『당분간은 국내 기업환경을 전자무역에 맞도록 적응하는 준비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 각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시의적절한 대안을 정부와 업계가 공동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산업주체인 EC업계 종사자들부터 시야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돌리는 마인드 전환이 급선무다.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기업들과의 한판승부를 통해 경쟁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 EC가 갖고 있는 근본철학이 국경을 초월한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e마켓플레이스들은 이같은 숙제가 발등의 불이다. 일렉트로피아 이충화 사장은 『e마켓플레이스가 전자무역의 전진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도 향상과 해외마케팅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업무환경이 유사한 중국·일본·동남아 등 한자문화권 국가는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사이버무역으로 수출활로를 뚫을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기초체력을 다지는 방안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 산재한 지방중소기업들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 중소기업청 정보화지원과 관계자는 『수출의 주역인 중소기업들이 인터넷무역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조차 애를 먹는다면 사이버무역은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급한 대책은 정보화의 혜택을 이들에게 골고루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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