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펀드」로 승부한다

코스닥 장기침체에 따른 투자회수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벤처캐피털업계가 적극적인 펀드(투자조합) 조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펀드 중심의 벤처투자 행태가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이며 펀드 조성능력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9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삼성벤처투자 등 신기술금융사와 무한기술투자, 한국기술투자 등 선발 창투사들은 불투명한 금융장세속에서 올해도 투자회수를 통한 재투자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벤처펀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기부와 공동 조성한 벤처펀드(MOST) 등 일부 전략 펀드를 제외하고 대부분 본계정에 의한 투자해 주력해온 KTB네트워크(대표 권성문)는 올해부터 본계정에 의한 투자는 조합결성에 필요한 출자용으로 국한하고 투자조합 중심의 투자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KTB는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일반법인, 개인 등을 대상으로 상반기에 600억원, 하반기에 1200억원 등 1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조합자산을 마련해 지난해 이월자금 1200억여원 포함한 3000억여원의 조합자산을 조성하고 전자·정보통신, 인터넷,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99년 10월 설립 이후 줄곧 펀드 중심의 투자를 전개, 현재까지 영상 전문 펀드 2개를 포함해 총 7개 조합에 2800억원의 조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벤처투자(대표 이재환)는 올해도 펀드 조성을 통해 투자재원을 조달하기로 하고 올해 외자유치를 통해 1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은 현재 1500억원의 미투자 조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형 위주로 11개 펀드, 총 886억원의 조합자산을 조성한 바 있는 무한기술투자(대표 김종민)는 올상반기중으로 영상·애니메이션, 미디어펀드 등 각종 전문 펀드 형태로 1000억원 가량의 추가 조합자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직원이 총동원돼 각 분야별 펀드 조성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은캐피탈(대표 김재실)도 벤처투자 부문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지난해 9개 조합에 1058억원의 펀드 결성에 이어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조합자산을 마련, 벤처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동으로 매칭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 및 미국계 벤처캐피털, 정보통신기업 등과도 다국적 펀드 결성을 위해 물밑접촉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국내서도 미국처럼 펀드에 의한 투자가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본계정 투자와 달리 조합은 시장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벤처 금융경색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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