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옥션과 미국 e베이의 공동 기자회견은 관련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세계적인 온라인 경매업체인 e베이가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업체 옥션을 인수하는 것을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e베이의 옥션 인수는 국내 닷컴업체가 같은 업종의 해외 닷컴업체로 인수된다는 것과 국내 닷컴 인수합병(M&A) 사상 가장 큰 큐모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됐다.
그러나 이날의 기자회견은 주인없는 객들만의 잔치처럼 보였다. 옥션에선 이금룡·오혁 공동대표가 나오고 e베이측에선 매트 배닉 부사장이 단상의 주인공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옥션의 주식을 매각한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이번 옥션 매각의 주체는 당연히 권성문 사장이다. 권 사장은 이번 옥션 주식매각으로 순수하게 610억원을 챙겼고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미래와사람·KTB네트워크가 매각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1500억원 가까운 매각차익을 얻었다. 그런 당사자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날 철저하게 기자를 피했다. 휴대폰을 비서에게 맡기고는 잠적해버렸다.
이들 두 회사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놓고는 기본적인 자료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주당 매각가격이 2만4000원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주식을 얼마나 매각하는지, 최대주주가 언제 바뀌는지 등 투자자들이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선 대부분 기자들의 질문에 마지못해 답했다. 특히 e베이와 옥션이 나스닥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공개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경영실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 측도 지난해 3·4분기까지의 실적과 양사의 공통점 및 차이점 등 손쉽게 제공해줄 수 있는 투자정보조차 준비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과거 자료를 애써 들춰봐야 하는 일거리를 제공했다.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서도 단순히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e베이가 옥션을 통해 어떻게 아시아시장에 진출할 계획인지, 옥션을 어떻게 세계화시킬 것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옥션과 e베이는 『이번 계약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알맹이」를 빼놓고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사가 생각한 투자자는 일반투자자가 아니라 이번에 주식을 내다팔은 기존 대주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디지털경제부·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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