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게임 「포트리스2」의 유료화를 둘러싸고 서비스업체인 CCR(대표 윤석호)와 PC방 업계간에 빚어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CCR가 포트리스2의 유료화 방침을 밝힌 이후 불거진 양측의 알력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CCR는 사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PC방 업계는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유료화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은 모두 상대방을 힘으로 눌러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제로섬 게임」을 벌임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대립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PC방 업계는 CCR를 공정위에 제소 및 서울지검에 고소키로 하는 한편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CCR측은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포트리스2에 대한 서비스 중단 등 극약 처방까지 준비중이다. 말 그대로 CCR와 PC방 업계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사태 발단과 경과=CCR는 지난해 12월 14일 인기 웹게임 「포트리스2」의 유료화 방침을 밝혔다. 당시 CCR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리스2를 △무료인 「포트리스2옐로」 △유료인 「포트리스2블루」 등으로 구분하고 특히 PC방에 한해 2일부터 포트리스2블루의 사용료를 받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PC방 업계는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회장 박원서)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회장 박대동) 등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특히 양 협회는 지난달 29일 CCR 본사에서 포트리스2 유료화 철회를 위한 집회까지 벌였다. 양측은 29일 이후 최근까지 요금과 유료화 시기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 왔으나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진전을 보지 못했다. CCR는 당초 계획대로 지난 2일 포트리스2의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양측의 협상은 중단됐고 PC방 업계는 CCR에 대한 공정위 제소 및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전국적인 불매를 결의해 놓고 있다.
◇주요 쟁점 사항=CCR와 PC방 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쟁점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우선은 유료화 시기다. 인문협측은 지난해 4월 3일 CCR와 「앞으로 1년 동안 인문협 회원에 한해 포트리스2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협약을 맺은 것을 근거로 포트리스2의 유료화 시기는 4월 3일 이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CCR는 새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포트리스2블루는 포트리스2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좀더 문제가 되는 것은 포트리스2블루의 요금이다. CCR는 PC방의 IP 사용 개수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해 월 20만∼5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이같은 요금을 부담하고는 운영을 할 수 없다며 PC방당 5만원 정도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CCR의 요금체계에 따라 가장 많은 요금을 부담하는 PC방을 기준으로 하면 양측의 주장은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동안의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CCR와 양 단체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도 문제다.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요금 수준의 격차가 의외로 큰데다 CCR가 2000년 4월 인문협과의 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포트리스2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양측이 「밀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에서 전면전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있다=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양측은 포트리스2의 유료화 자체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요금과 유료화 시기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측은 서비스 시기와 요금 체계에 있어 상대방이 일정한 수준에서 물러서만 준다면 재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윤석호 CCR 사장은 『인문협이 주장하는 4월 3일까지 포트리스2블루의 요금을 30% 이상 할인해주고 IP당 요금 체계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원서 인문협 회장도 『포트리스2블루의 요금을 포함해 CCR와의 재협상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이 문제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어 이번주 내에는 모종의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화부는 CCR와 인문협 측에 최종 협상안을 갖고 중재 테이블에 나올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부가 마련할 중재 테이블은 서로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양측은 소모적인 자기 주장을 버리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CCR와 인문협과의 협상 결과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전체 PC방에 동일하게 적용되야 하며 양측은 이들을 둘러싸고 뒷거래나 이면계약을 해서 나중에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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