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지털시대에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 아날로그식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면 디지털시대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보수적인 교육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이버대학이 법적 정규교육으로서가 아닌 인식측면에서 정규교육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이버대학의 역할은 크게 기대된다. 그러나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 졸업생으로서의 자격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의 속성인 유연한 사고방식이 절실한 때다.
◇사회인식과 질적 저하가 가장 큰 우려 =사이버대학 입학생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이나 졸업후 전문직종을 원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업무에 전문지식이 필요하거나 전직을 고려하는 일반 직장인 위주로 지원자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사이버대학도 이같은 측면을 고려해 전문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교육에 익숙해 있는 사회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이버대학이 설 자리는 없다. 지방대학 졸업생도 차별한다고 해서 기업의 사원선발 기준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사이버대학 졸업생이 일반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이버대학의 존립은 큰 의미가 없다.
사이버대학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정면돌파하는 방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자의적인 수업방식인 만큼 콘텐츠로서 수업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오프라인 대학과의 다각적 교류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사이버대학은 대부분 대학 컨소시엄이나 오프라인 대학들이 설립한 만큼 오프라인 대학들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산정보통신 곽동욱 사장은 『사이버대학의 경우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공개의 원칙」이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담당과목 교수의 강의 계획서를 보고 수강신청을 결정하는 만큼 수준 높은 강의가 아니면 지속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간 교류, 콘텐츠 개발환경 조성 급선무 =사이버대학들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원격대학 상호간 교수 및 학습과정, 운영 등 전반적인 면에서 적극적인 교류 및 제휴가 선행돼야 한다. 학사행정, 교수방식, 운영 등에서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 대학의 이름을 활용함으로써 초기 사이버대학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확대할 경우 해외대학간 교류까지 가능해 오히려 오프라인 대학보다 내실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전문교육의 특성에 맞게 교육대상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이 제공돼야 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 개발자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이번 사이버대학 개교를 계기로 정착돼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환경조성도 뒤따라야 한다. 교육 대상과 학습 주제에 따른 다양한 원격교육방법 개발, 강의 평가제, 강좌별 만족도 지수제 등을 통한 교육의 질적 상승을 도모하고 통합 교육서비스와 원스톱 학사행정 지원체제 마련 및 인지도
제고 노력 등도 사이버대학의 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사이버대학은 기술전문 교육기관으로 출범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정규대학의 입지를 차지할지는 의문이다. 사이버대학에 대한 기업의 인식 변화와 대학 스스로 기반을 갖춘 전문교육기관으로 위치를 굳히지 않는 한 사이버대학의 위치는 애매모호하다. 지금 사이버대학생들과 함께 사이버대학의 실력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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