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1회-음성데이터통합(VoIP)

뉴밀레니엄과 함께 통신 역사에 변혁을 가져온 음성데이터통합(VoIP)은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통신기술이다. VoIP 기술은 무료통신의 꿈을 실현하는 키워드로 통신산업의 신 조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통신산업계의 지도를 바꿔 놓을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통신 장비 및 서비스업체들은 VoIP 기술을 산업혁명에 비견할 통신혁명의 주요 기술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새롬기술이라는 초대형 벤처기업을 탄생시킨 것도 바로 VoIP다. VoIP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여러 서비스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오는 2003년께가 되면 음성통신의 99%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은 통신산업계의 지각변동이 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VoIP의 역사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짧다. 하지만 VoIP가 국내 벤처기업 열풍을 몰고 온 인터넷 기반의 기술이고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VoIP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국내 VoIP과 관련된 학계인사들의 대부분은 지난해 4월 설립된 「인터넷텔레포니 포럼」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포럼정회원인 교수는 총 27명이다.

고려대 강현국 교수, 목원대 고대식 교수, 충남대 김대영 교수, 한국정보통신대학원 김명철 교수, 숭실대 김영한 교수, 신라대 김영주·노영욱 교수, 성균관대 김윤배 교수, 서경대 김준 교수, 아주대 유승화·윤원식·노병희·김효곤 교수, 외국어대 정일영·김희동 교수, 포항공대 남광희 교수, 한림대 류연승 교수, 광운대 민상원 교수, 경기대 성동수 교수, 항공대 이성창 교수, 부산대 이정태·정기동 교수, 한양대 정정화 교수, 경북대 조유제 교수, 안양대 최선완 교수, 서울대 최양희 교수, 여주대 현동환 교수 등이다.

이중 10여명이 국내 VoIP 기술연구분야를 주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숭실대 네트워크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김영한 교수는 차세대 VoIP기술분과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통신학회 인터넷연구회위원장, 개방형컴퓨터통신연구회 VoIP TG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박사 출신의 김 교수는 디지콤정보통신연구소 데이터통신연구부장을 거치면서 종합정보통신망(ISDN) 패킷 처리시스템, 단말기, 스위치 등을 개발한 바 있다. 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차세대인터넷(IPv6) 프로토콜 스택개발 작업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지난해는 새로운 VoIP 규약인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를 준수하는 VoIP 및 회의시스템을 개발, 이 분야 학계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어대 김희동 교수 또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박사 출신으로 숭실대 김영한 교수의 동문선배다. 김희동 교수는 박사과정에 있던 87년부터 92년까지 디지콤정보통신연구소에서 연구소장 및 영업부장을 맡았을 뿐 나머지 기간은 모두 수원대와 외국어대에서 후학양성 및 기술연구에 몰두해 왔다. 87년 KAIST 통신연구실에서 고(故) 은종관 교수의 지도아래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논문분야는 패킷음성에 관한 연구로 김 교수가 VoIP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김 교수는 지도교수가 설립한 국내 벤처1호기업인 디지콤정보통신연구소에서 컴퓨터통신통합(CTI) 솔루션의 국내개발을 시작, 우리나라 CTI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48회선 음성정보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음성 및 팩스사서함, 무인자동교환안내시스템 등을 상용화했다. 지난 97년에는 이스텔시스템즈와 공동으로 VoIP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VoIP 표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모든 인터넷 프로토콜을 포함한 유무선통합 및 IMT2000용 망 구조 및 교환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안양대 최선완 교수도 차세대 VoIP 국제규격으로 부상하고 있는 SIP규약에 대한 전문가다. 최 교수는 84년 KAIST 인터넷 및 네트워크 전공인 전길남 교수의 시스템아키텍처(SA) LAB의 제3기 출신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석·박사, 산업계 근무기간에 이르기까지 약 16년간에 걸쳐 프로토콜을 연구한 전문인이다.

국내 대기업의 유닉스기반 인터넷환경 구축작업에 참여했으며 다수의 국제표준 프로토콜을 개발해 외국에서 개최된 상호운용성 시험에 국내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동안 최 교수가 개발한 프로토콜은 20여종에 이른다.

97년부터 한국전산원 과제인 인터넷 전화·TV 표준연구를 수행했으며 VoIP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프로토콜인 RTSP(Real Time Streaming Protocol), RT(Transport)P, RTC(Control)P, SDP(Session Description Protocol) 등을 개발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멀티미디어통신이 가능한 엠본(MBone)망을 구축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생중계서비스 환경을 구현하기도 했다.

VoIP 기술연구사중 한국 인터넷발전의 산증인이자 개척자인 KAIST 전길남 교수의 SA LAB을 빼놓을 수 없다. PSINet의 허진호 사장, 삼보컴퓨터 정철 사장, 두루넷 박현제 이사, 아이큐브 강성재 사장, 브레인21 김병호 사장, 디지탈웨이브 원태환 사장, 아이소프트 이철호 사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정일영 교수 역시 김희동 교수와 같은 외국어대에서 SIP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80년부터 96년까지 15년간 ETRI 연구실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신망 구조, ATM 및 초고속 네트워크 프로토콜 등을 연구했다. 또 고속통신망 연구실장으로서 연구팀을 이끌고 고속 네트워트 프로토콜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ATM 기반의 개방형 네트워크의 QoS 및 자원관리구조, SIP기반 VoIP 기술, VoIP 네트워킹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9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국제 ATM 포럼 대사직을 맡아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전도사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바기반의 SIP 서버 및 클라이언트를 개발해 국내 벤처기업인 아이넥션에 이전했으며 지금은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SIP기반

VoIP 서비스 구현기술과 네트워크 주소연동방식 등을 연구중이다.

아주대학교 정보통신전문대학원 유승화 교수는 7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업계에 몸담아오면서 국내 정보통신산업중흥에 이바지해온 인물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캔자스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이수한 유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시스템어카운팅이 가능한 운용체계(OS)를 개발했다.

이후 유 교수는 금성통신 전자교환기 소프트웨어 연구실장, 캔자스주립대학 전자계산소 프로그래머, AT&T 벨연구소 연구원 등을 두루 거치면서 국내 최초의 사설교환기용 실시간 OS,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최대 500회선을 지원하는 교환시스템 등을 개발한 바 있다. 또 89년 이후 약 10년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전무로 재직하면서 국가 행정망 주전산기 개발, 국내 최초 이더넷 스위치 및 허브 개발, 광대역 접속 네트워크장비 개발, 세계 최초로 MCNS 방식 케이블모뎀 개발 등의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캐나다, 호주 등에서 운용중인 FTTC 기반의 광대역서비스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웹비디오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명성을 떨쳤다.

부산대 이정태 교수는 데이터통신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았던 70년대말 전화망을 이용한 데이터통신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 교수는 당시 데이터통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전국 전화망의 데이터통신 품질을 측정, 근거자료로 제시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80년대 초에는 국내 패킷통신망의 건설을 주장하고 타당성을 연구하는가 하면 TCP/IP 프로토콜의 성능한계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하드웨어 TCP/IP를 효용성을 제기했으며 세계 최초로 TCP/IP 프로토콜을 하드웨어로 구현한 i2칩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위즈네트라는 벤처기업을 설립, 인터넷 직접연결 LAN폰, 인터넷전화서비스 구현 i2폰 등을 상용화했다.

여주대 현동환 교수는 정보통신부로부터 국제표준화전문가로 선정돼 9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현 교수는 국제전기통신통합(ITU-T) 스터디그룹(SG)8의 한국대표를 역임해오다 최근에는 멀티미디어시스템 및 서비스분야인 SG16의 국제회의 한국대표로 활동하면서 국제표준기고서 12건을 제안, 표준으로 반영했다. 또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국제표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신기술 이전에 일조하고 있다.

주요 개발실적으로는 ITU-T T.120표준 데이터 컨퍼런싱시스템, H.323표준 인터넷기반의 멀티미디어 회의시스템과 전화시스템,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기기 제어기술 등이 있다. 현 교수는 개발제품을 SIP규약에 맞는 상품으로 다양화하기 위해 SIP표준 인터넷 전화시스템과 회의시스템도 개발중이다.

신호처리, 인터넷 실시간 통신분야를 전공하고 96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목원대 고대식 교수는 한국통신사업자협의회 초고속공중망·정보통신연구진흥원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다. 9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인터넷상의 패킷손실 특성 및 손실패킷 복구기술, 인터넷 TV전화 표준연구, 전자상거래용 VoIP, 홈게이트웨이 모델분석연구 등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고 교수는 축적한 VoIP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알파인터넷을 설립, 최고기술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SIP기반 멀티미디어 메신저, IMT2000 등의 무선통신망과 연동되는 VoIP 솔루션 등을 개발중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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