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e베이 매각 의미와 전망

e베이의 옥션 인수는 역사가 짧은 세계 닷컴 비즈니스계에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e베이의 옥션 인수는 동종 닷컴업체간 국제적 대형 M&A의 첫 사례다. 닷컴 비즈니스계에도 이미 오프라인 비즈니스계에서 활발히 일고 있는 국제적인 M&A를 통한 글로벌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AOL과 타임워너, 테라와 라이코스의 M&A는 닷컴기업과 오프라인기업간의 초대형 M&A였다. 그러나 2001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사안은 순수 닷컴기업간 M&A다. 지난해까지 닷컴 비즈니스계의 화두가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수익모델 창출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닷컴기업간의 국제적 M&A를 통한 세계시장 지배전략, 즉 글로벌화임을 예고해준다.

또한 이번 인수매각은 올해 닷컴기업들간 M&A가 매우 활발해지는 동시에 여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업체는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임을 시사한다.

역사가 매우 짧은 닷컴 비즈니스계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오프라인 비즈니스계와는 달리 각국마다 또 지역마다 특수성을 바탕으로 비슷한 모델이 중복되거나 중첩돼 혼전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혼전양상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서서히 정리가 되는 것이 보통이나 압축성장이라는 속성을 지닌 닷컴 비즈니스계는 오프라인기업들이 수십년 이상 경험을 통해 터득한 1인자간 M&A를 앞당겨 실행해 인위적으로 판을 정리해 나갈 공산이 크다. 올해에는 세계 각국 또는 지역별로 산재한 닷컴계의 1인자들이 상호 M&A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장지배자로 나서는 추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비단 B2C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간 거래를 중심축으로 하는 e마켓플레이스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닷컴업계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국내 닷컴업계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옥션은 인터넷 경매분야의 부동의 1인자였지만 국내에는 아직 분야별로 자웅을 겨루는 국내외 업체들이 많다. 이들 업체 중에서 과연 누가 확실한 1인자로 등극하고 나아가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가 올해의 핫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간 또는 해외 동종업체와 국내 업체간 M&A가 활발해지고 침체에 빠져있던 장세도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장세회복은 어디까지나 옥석가리기와 함께 전개되기 때문에 결코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식의 행태는 반복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 닷컴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건을 두고 한결같이 『국내 닷컴 비즈니스의 발전에는 긍정적인 기여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인터넷경매 분야인 옥션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는 데는 e베이가 적격』이라면서도 『결국 국내 대표적인 닷컴모델이 해외로 매각돼 본격적인 결실이 해외로 돌아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닷컴업체들도 e베이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은 『글로벌 마켓인 디지털 경제에서 글로벌 네트워크화되지 않으면 경쟁력은 제한적이며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시장용의 비즈니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글로벌화가 지상명제』라고 말했다.

국내 닷컴업체들도 이제 독자생존이나 국내 1위라는 좁은 시야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세계시장을 지배해 나갈 수 있는 마케팅력과 자본력,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유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게 이번 인수매각건을 바라보는 업계의 진단이자 자성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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