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2회-불평등 현상의 문제점

정보격차는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어떠한 현상을 가져올까 항목별로 짚어봤다.

△정보격차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정보격차가 심해지면 그것은 단순히 「차이」의 문제에서 나아가 불평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정보의 불평등은 결국 취업기회나 교육기회를 박탈해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정보접근 및 활용능력이 떨어지면 각종 정보매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보접근능력이 떨어지는 빈민계층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선 정보 불평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격차는 소외계층의 문화지체를 초래한다=만화·애니메이션·영화·방송 등 각종 문화 콘텐츠 산업이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만화방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볼 수 있으며 PDA나 무선인터넷 접속기기를 통해 전자책을 보거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불평등이 심화되면 이같은 문화적인 혜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정보격차는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심화시킨다=이제는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 세트톱박스, 디지털TV, 휴대폰 등을 이용해 e메일을 보낼 수 있고 채팅도 가능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PCS단말기나 CDMA전화기를 통해 통화하기보다는 무선 채팅

을 하는 데 흠뻑 빠져 있다. 이들과 부모 세대간에는 거대한 협곡이 놓여 있다.

△정보격차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다=인터넷은 온갖 격론이 벌어지고 공

론이 형성되는 사이버상의 아크로폴리스다. 물론 백지영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화의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적인 측면이 많은 게 인터넷 공간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사이버 의회, 온라인 전자투표 등 정치적인 실험들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 불평등의 심화는 이같은 정치적 실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보격차는 글로벌 기업 경영과 투명경영의 걸림돌이다=바야흐로 글로벌 경영시대다. 글로벌 기업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선 투명한 경영과 국제적인 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인터넷과 인트라넷의 보급 확산으로 기업의 외연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종전의 기업은 특정 법인만을 일컬었으나 인트라넷이나 공급망관리(SCM)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보급 확산으로 기업의 외연이 협력업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보화에 소외된 중소기업들이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정보격차는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킨다=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선진국 정상회의에선 정보격차가 국가간 정보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기술(IT)헌장을 공식 채택했다. 모든 고급 지식정보들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구조가 정착될수록 아프리카·아시아 등 지역의 저개발국가나 발전도상국들은 정보가 제공하는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정보격차는 남북분단 구조를 확대, 재생산한다=남북간 정치·경제·문화적 이

질화가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통신·방송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다. 남북한간 정보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독일이 통일하는데는 방송의 역할이 매우 컸다. 동독 사람들이 서독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민족적인 동질성을 회복했다.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지역의 취약한 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다. 우리나라는 조만간 디지털 지상파 방송, 위성방송, IMT2000서비스 등이 잇따라 등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문화적인 이질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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