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를 구입하러 온 고객이 두 개를 기분 좋게 사도록 만드는 것은 우수 세일즈맨의 기본 덕목 가운데 하나다. PC와 함께 프린터 등 주변기기를 세트로 묶어 제공하거나 가전제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파는 이는 한 번에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좋고 사는 이는 필요한 제품들을 한꺼번에 구입함으로써 가격을 조금이나마 할인받을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전자상가 한 구석에서는 이 마케팅 기법이 변질돼 「끼워 팔기」라는 이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자상가 일부 매장에서 행해지는 끼워 팔기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은 기본으로 판매하면서 제품사양과 가격정보에 어두운 고객을 감언이설로 꼬드겨 악성재고나 마진이 높은 구형 관련제품을 함께 처분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끼워 팔기는 혼수가전시즌에 가장 성행한다.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신혼부부가 타깃이 되지 쉽다. 판매하는 측이 오디오나 VCR·DVD플레이어 등을 싼 가격에 덤으로 준다는 식으로 끼워서 팔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은 당초 예산상에 없었던 제품을 얼떨결에 구매하게 된다.
문제는 이때 끼워 파는 것은 대부분 단종 모델이거나 악성재고로 시장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국내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에서 혼수용으로 TV·냉장고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외산 구형 VCR를 끼워 파는 것이 대표적인 형태다.
PC처럼 본체에 다양한 주변기기가 딸려 있는 제품도 끼워 팔기가 자주 행해지는 품목이다. 특히 PC 초보자들이 타깃이 되기 쉬운데 당장 필요하지 않은 스캐너 등을 비싼 가격에 구입해 집에 모셔 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자상가 상우회 관계자들은 끼워 파는 제품의 경우 대부분 구형 모델인데다 고객들이 제대로 된 가격정보 없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기 때문에 반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고객을 만족시켜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재고처분의 수단으로 행해지는 끼워 팔기는 전자상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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