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요즘 우리 사회에 화두(話頭)라는 말이 유행한다. 화두는 불가의 용어다. 수행자들이 깨닫음을 얻기 위해 참구(參究)하는 문제를 말한다. 다시말해 화두란 이치를 깨닫게 하는 법의 말이다. 이런 화두는 모두 1700여 종에 달한다. 일반인의 귀에도 익숙한 「이뭣고」 「무(無)」 등이 대표적인 화두에 속한다. 화두를 받은 수행자는 오직 한 마음으로 모든 의식을 이 화두에 집중시킨다. 구도(求道)의 여정에는 밤낮의 구분이 없다. 깨닫음의 길은 논리로 해결할 수가 없어 엄청난 육신의 고통이 따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법과 도의 이치를 깨닫도록 하는 불가의 독특한 수행법이다.
최근 우리가 이 화두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국가의 최대 현안문제를 마치 수행자가 그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모든 의식을 화두에 집중시키는 것과 같은 구도의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생사를 넘나들며 진리를 갈구하는 수행자의 결연한 자세처럼 우리가 일치단결해 국가 최우선 과제의 극복에 나선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의 성격이 짙다고 본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의 화두로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일중에서 단연 경제난 극복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계속 추락하느냐 아니면 재도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우리한테 경제위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별반 좋아진 게 없다.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많은 눈물과 땀을 흘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올해 물가는 더 오르고 실업자가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와 있다. 중류층은 줄고 하류층은 늘었다. 소비와 투자·생산 등의 지표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하강세다. 부잣집 곳간에서 인심 나온다고 했다. 가난하면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먹고 살기 바쁜데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지금은 경제난 극복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난 극복은 우리 공동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경제난 극복의 지름길은 무엇일까. 첫째 빈틈없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어설프게 임기응변식의 대책을 양산하다간 불황의 터널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둘째는 성실한 자세로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일이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 한 해를 설계한다. 지난해 미진했던 점을 반성하면서 새해 목표달성을 위한 나름의 구상을 한다. 국가나 기업 등 모두 마찬가지다. 흔히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1년 설계는 정초에 한다고 한다. 이같은 새해 설계가 탁상공론이어서는 안된다.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해야 한다. 모든 일은 계획으로 시작하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란 게 나름대로 미래지향적이고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도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획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시대에 완벽한 계획없이 일을 추진하면 실패는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완벽하게 수립한 계획은 성실한 자세로 원칙에 따라 집행해 나가야 한다. 무원칙과 변칙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를 낳고 이것이 누적되면 정부를 불신한다. 요즘 사회에 나도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고 그 위에 떼법(이익집단의 떼쓰기 반발)이 있다」는 말은 사실 여부를 떠나 원칙의 이탈로 인한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모두 자성해야 할 점이다.
중국 월나라의 재상을 지낸 주공(朱公)은 자손들에게 부자되는 비결 32가지를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일을 의욕에 넘쳐 근면하게 해야 한다. 만사에 신용을 지키고 반드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라.」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공을 뛰어넘어 주공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한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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