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닷컴기업들은 수익모델 부재에 시달렸다. 전통산업 e비즈니스화가 진척된 듯했으나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IMT2000상용화에 맞춰 무선인터넷기술이 개발에 들어섰고 무선콘텐츠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기반마련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 기반마련에 힘썼던 인터넷의 각 분야가 개화하는 시점이다. 닷컴기업의 수익모델로서 콘텐츠 유료화가 일반화되고 M&A가 급진전될 전망이다. 차세대인터넷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터넷의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고 무선인터넷기술의 개발 역시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화는 오프라인기업의 투자가 따라야 하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IT시장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터넷산업이 질곡을 거치며 뿌리를 내렸다면 올해의 인터넷산업은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우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편집자◆
차세대인터넷(NGI)은 올해 인터넷산업과 IT산업을 이끌 중요한 화두다. 차세대인터넷의 등장으로 한국은 인터넷 생산국이 될 것이냐, 아니면 소비국으로 전락하느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차세대인터넷은 기술보다 마케팅에 주안을 두고 「비즈니스 모델 생산과 서비스 확대」로 달음박질하던 국내 인터넷산업이 기술과 서비스 양면 모두에서 「세계 제1의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반면 차세대인터넷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인터넷의 비약적 발전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해외 기술과 서비스의 도입에 의존해야 하는 소비국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차세대인터넷은 몇년전부터 거론돼온 이슈였다. 속도와 기능면에서 현재 인터넷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인터넷환경을 만들자는 의도다.
미국은 『미국이 인터넷을 주도했던 것처럼 차세대인터넷도 미국이 주도한다』는 입장을 정부가 공식발표했다. 다가오는 미래의 인터넷시대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차세대인터넷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킨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차세대인터넷의 테스트베드 = 한국의 인터넷시장은 국제시장의 시험무대다. 개발된 외국기술이 적용되는 첫 관문이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시장은 가장 먼저 차세대인터넷 기술을 맛보게 된다. 선점의 효과를 한국시장에서 누려야만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업계 역시 자국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는 세계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인터넷인프라는 우수한 편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술개발의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기술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는 선진 외국에 비해 뒤처져 있지도 않다. 지금 당장의 기술수준이 아니라 차세대인터넷이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우수한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만큼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현재 국내 연구기관이나 업계가 보유한 기술수준은 크게 뒤지지 않았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해 국내 인터넷시장은 차세대인터넷 기술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치열한 시장경쟁은 기술개발을 부르고 자연스럽게 차세대인터넷 기술의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
◇세계 각국의 기술개발 경쟁 = 현재까지 인터넷은 미국이 주도해 왔다. 인터넷 기술이든 마케팅이든, 인터넷을 주도하는 국가로서 미국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따라서 인터넷의 지향점은 미국으로 쏠렸다. 독자적인 기술이 부족한 국가의 경우 적지 않은 국부를 유출하면서 인터넷을 수용해야 했다. 인터넷 기술수용에 늦으면 국가 IT산업에 뒤지는 것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인터넷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를 확고히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유럽과 일본 등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인터넷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인터넷 헤게모니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일본의 반격은 대단하다. 세계 제2의 부국으로서 한국보다 인터넷에서 뒤진다는 사실이 차세대인터넷 개발에 불을 지폈다. 자존심을 건 사투다. 중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인터넷을 꼽는 만큼 차세대인터넷에 거는 기대는 크다. 13억의 인구를 인터넷으로 통제하기 위해 차세대인터넷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과 캐나다 등 일찍부터 차세대인터넷 기술개발에 뛰어든 나라들의 경쟁까지 겹쳐 올해는 차세대인터넷 기술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제품개발의 경우 시스코시스템스·MS 등이 오는 4∼5월께 상용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인터넷의 가장 큰 이슈인 IPv6의 경우 국내업체들도 변환기 개발에 나서 하반기 이후 상용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동향 = 지난해 닷컴기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물살을 탄 만큼 인터넷에 대한 인식변화가 시장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인터넷을 막연히 「마케팅 경쟁」으로만 여겼던 사업자나 투자자들 모두 새로운 기술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역시 기술이 기반이 돼야 하는 IT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차세대인터넷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생산국의 입장을 강조한다. 지금껏 IT기술은 선진 외국이 주도해 왔다. 차세대인터넷은 인터넷의 주도권 확보에서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다. 또 차세대인터넷 기술은 인터넷 자체기술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의 영향력도 큰 만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 역시 올해 선도기술 개발과제로 차세대인터넷을 첫손으로 꼽고 있다. 각계 연구기관도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업계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해 가장 각광받을 인터넷분야는 차세대인터넷 관련기술이다. 인터넷 응용기술에서 앞선 한국이 인터넷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차세대인터넷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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