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스닥지수가 연초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지만 인터넷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포함된 초대형 구경제 기업들의 인터넷 매출비중은 올해 본격적으로 늘어나 소위 「다우닷컴」 시대를 열 것이다.』(USA투데이의 최근 조사결과 보도)
『당장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e비즈니스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던 B2B·e마켓플레이스 열풍도 올해는 뚜렷한 사업모델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것입니다.』(삼성전자 구매조달 담당임원)
새천년 오프라인 산업계의 화두가 됐던 e비즈니스가 그동안의 「실험」을 거쳐 올해는 현실에 뿌리내리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대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올해를 기업변신을 위한 절호의 찬스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 IBM은 최근 수년간 막대한 정보기술(IT)투자를 발판으로 전자상거래(EC) 도입에 박차를 가해, 올해 20억달러의 비용절감과 23일의 평균 주문기간 단축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내 오프라인 기업들의 의지 또한 이에 못지 않을 기세다. 여기에는 구조조정과 e비즈니스 접목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업종별 B2B사업 등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확산대책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도 한몫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투자여력이나 인식이 부족해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접목에도 「디지털 격차」가 현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e비즈니스의 본격 도입기를 맞이할 올해 오프라인 산업계의 몇가지 트렌드를 짚어본다.
◇기초체력 다지기=가장 뚜렷한 움직임은 주요 대기업들이 내부 기반시스템 정비로 e비즈니스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e마켓플레이스 구축에 집중했던 사업전략과 비교한다면 판이하게 다른 대목이다. 이에 따라 그룹사 계열 제조·유통업종 대기업들의 경우 종전 전통적인 시스템구조를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인터넷기반의 기업간통합(B2Bi), 공급망관리(SCM) 환경 등으로 재정비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SK글로벌 박운영 e비즈니스추진팀장은 『지난해에는 e마켓플레이스 구축 참여에 많은 비중을 두었지만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면서 『대신 SCM 등 업무프로세스 개선작업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선회 움직임은 삼성·LG·코오롱 등 주요 기업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오프라인 기업들이 B2B EC 등 당장 「응용」분야에 성급하게 뛰어들면서 e비즈니스의 단초를 만들었다면, 올해는 e비즈니스가 적용되기 위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는 견해가 많다.
◇전자입찰 확산=전자입찰시스템은 사실상 B2B EC의 시작이다. e마켓플레이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는 보다 포괄적이지만 다수 기업들의 참여와 탄탄한 수익기반을 갖춰야 하는 데 비해, 전자입찰은 해당 기업의 의지만으로도 업무효율성 및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기업과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속속 도입된 전자입찰시스템은 올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SK(주)·SK텔레콤·LG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들을 비롯, 한국통신·포항제철·한국가스공사·한국주택공사 등 선도 공기업들도 올 1·4분기내에는 잇따라 상용서비스를 계획중이다.
◇정부지원 확대=정부 차원의 e비즈니스 활성화 대책도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당장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업종별 B2B 시범사업이 지난해 9개 업종에서 올해 20개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주관부처인 산자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B2B시범사업자문위원회(위원장 김성희)를 통해 3월까지 적합한 업종을 선정, 상반기내에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한 정통부·산자부·중기청 등 3각 지원부대가 지방 공단의 IT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산업단지가 e비즈니스의 지역거점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참여가 관건=올해 e비즈니스 확산에 심각한 문제점으로 우려되는 대목은 중소기업들의 저조한 대응실태다. 이는 대기업들과의 디지털 격차라는 막연한 걱정에 그치지 않는다. 일렉트로피아 박환수 차장은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B2B EC의 핵심적인 주체』라며 『중소기업의 대응이 늦을 경우 당장 업계의 B2B사업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내부의 기본적인 정보화 투자도 꺼리는 실정이어서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선도적인 대기업들이나 e마켓플레이스 가운데서도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거나 광범위한 세를 규합하는 쪽이 e비즈니스 추진에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밖에 전경련과 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의 역할도 올해는 보다 강조될 전망이다. 전경련의 B2B특별위원회와 e비즈니스위원회는 이미 전통산업 CEO의 협의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상공회의소는 박용성 회장의 진두지휘로 중소기업 정보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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