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을 앞둔 디스플레이업계가 취할 행보는 크게 세갈래다.
합작 또는 합병과 같은 방법이 있는가 하면 마케팅 및 생산 협력과 같은 전략적 제휴도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사업 포기도 나올 수 있다.
업계는 이같은 전략이 내년께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으로 본다. 그만큼 구조조정의 강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어떤 업체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개별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변수는 크게 수익성과 투자여력이다.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나쁘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 투자 여력은 장치 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수익성도 좋고 투자여력도 있는 기업은 굳이 경쟁사에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
브라운관시장의 삼성SDI와 LG필립스합작사, TFT LCD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필립
스LCD 등 상위업체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회사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으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가 다른 회사와의 제휴에 나선다면 그것은 잠재 경쟁자를 순치시키기 위해서거나 차세대디스플레이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삼성SDI가 NEC와 유기EL에 대해 합작키로 한 것은 적절한 사례다.
투자 여력은 있으나 적자가 불가피한 기업은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과 아울러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브라운관의 중화영관 및 소니, TFT LCD의 히타치·ADI·중화영관 등이 이 부류다.
이들 회사는 적자를 야기하는 저부가가치 제품에 대해 후발업체나 중국 등지의 신흥 업체와 제휴해 생산을 위탁하거나 라인을 이관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 가운데 일부는 전략적으로 디스플레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하위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투자 여력도 없고 적자인 기업들이다. 브라운관의 톰슨이나 오리온전기, TFT LCD의 산요·마쓰시타·도시바·NEC·치메이·한스타·현대전자 등 대부분 업체가 이 카테고리에 있다.
올해 내내 힘든 행보를 거듭한 이들 회사는 내년에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상위 업체들의 물량공세가 극심해져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경쟁력을 갖춘 특화된 사업에 집중하거나 합작선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
NEC의 경우 경쟁력을 잃은 노트PC용 TFT LCD사업을 접는 대신 모니터용 사업에 주력키로 하고 합작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전기 역시 브라운관과 PDP사업의 해외 매각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의치 못한 게 사실이다. 사업 전문화는 규모의 경제에 맞지 않는데다 신규 시장의 개척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매각도 전반적인 불황에다 투자여력을 가진 업체가 드물어 그다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 군소업체는 「동병상련」인 동종업체나 상위업체와의 격차 심화에 곤혹스러운 중위권 업체와의 합작 또는 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몸집을 불려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역시 힘을 합쳐놓았을 때 정작 시너지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군소업체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관련 부품·소재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요처가 줄어들면서 공급가격 인하 압력이 가중될 게 뻔하다.
또 부품·소재업체간에도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아무래도 상위권 소자업체들을 주 거래선으로 부품·소재업체들은 불황과 구조조정의 파고를 덜 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여러모로 힘들어지게 됐다. 원가혁신이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업체들에는 생존 과제로 다가온 셈이다.
그렇지만 부품·소재업체들의 수가 제한된 데다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부품·소재 시장이 새로 형성돼 소자업체들처럼 대대적인 업계 재편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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