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푸린 날씨, 오락가락하는 빗방울이 퇴색한 구로공단의 처마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는 날 구로공단을 찾았다. 구로공단은 이빨 빠진 건물 부지와 의류 80% 파격세일의 플래카드만이 철지난 어시장처럼 외지인을 반겼다.
꽉막힌 교통 체증을 탓하며 1공단 입구 쪽으로 향하던 기자의 눈에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유난히 솟은 건물이 나왔다. 키콕스(Kicox) 벤처센터빌딩이다.
구로공단은 이 건물을 시작으로 36년간 때묻은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섬유·봉제산업을 전용산업단지로 조성해 오늘날에 이른 구로산업단지는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의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구로산업단지는 오는 2006년까지 명실공히 고도기술·벤처·패션 디자인·지식산업 등 크게 네 가지 범주의 첨단 디지털 전문화단지로 바뀐다.
그 첫 타자가 바로 키콕스 벤처센터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계획 아래 야심차게 기획한 인텔리전트 벤처빌딩이다.
이곳은 과거의 구로공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E1급 전용선 2회선, 광케이블 근거리통신망(LAN)·인터넷 하우징·메일 서버 서비스·영상회의 등 디지털 인프라는 웬만한 첨단기업을 방불케 한다.
43개 벤처기업이 입주를 마쳤고 12개 창업보육기관, 6개 지원기관이 측면 지원한다.
수출보험공사가 대외업무를 지원하며 법률적·재정적 서비스를 바로 곁에서 컨설팅받을 수 있다. 입주 직원들은 지하의 헬스케어센터를 이용해 체력 단련을 하고 구내식당 및 근린 생활시설을 쾌적하게 이용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첨단 벤처업종을 중심으로 입주시켰으며 이런 식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 업종으로의 대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완료 시점은 오는 2010년께다. 이즈음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첨단 업종이 현재 53%에서 80% 수준으로 높아지며 부가가치율이 15%에서 35%로 높아질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밴처밸리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테헤란밸리와 양대 축을 이룰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시작으로 구미·창원·인천 등지의 국가산업단지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효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집적화하고 산학연관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새로운 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로공단의 변신에 대한 입주기업들의 의지도 높다.
출입통제장치용 고주파(RF) 카드를 제조하는 케이코하이텍의 최정규 연구소장은 『공장은 구로공단에 있으나 연구개발 인력은 키콕스 벤처센터에 둬 네트워크 및 기술 공유, 정보망 구축, 연구개발과 상품화의 직결 등 시너지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인쇄용판 출력장치를 만드는 알티즌의 한 관계자는 『빠른 정보, 생산과 개발의 분리 등 업무적인 측면 외에도 쾌적한 환경, 24시간 개방체제 등은 업무 편의를 도모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사실 구로공단의 변화가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업체들도 있다.
아직도 많은 구로공단의 제조업체들이 과거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에게도 변화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지난 66년부터 줄곧 구로공단을 지킨 써니전자의 김건영 부사장은 『키콕스 벤처센터가 벤처기업을 위한 것이라면 매출 600억원이 넘는 중견 제조기업은 나름대로 변신하고 있다』며 『점차 첨단 업종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환경 조성, 민간업체의 변화 의지, 시대적인 요구가 어울려 변화를 부르고 있다. 지역별 전문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우리의 산업단지가 나아가야 할 한 가지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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