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는 한국 시장을 살리자.」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IT업체들이나 합작 법인들은 닷컴기업과 벤처기업 설립붐, 오프라인기업들의 온라인 사업 강화, 전자상거래와 e비즈니스 사업의 활성화에 힘입어 20∼50%대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하지만 신년 외국계 IT업체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그렇게 밝은 편이 아니다. IT업체들의 사업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외국계 IT업체들의 영업 기반도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내수시장 침체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5%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T분야의 경우는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IT기술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외국계 IT업체들은 어두운 시장 전망속에서도 다소 낙관적인 목표치를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외국계 IT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
도 경기 경착륙으로 국내 기업들의 IT구축 열기가 식어버린다면 국내 시장에서 존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인식하에 그동안 한국 시장을 단순히 매출확대의 전진기지 정도로 바라보던 수동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한국 시장과의 공존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IT업체들은 효율적인 정보시스템 구축 방법론 및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거나 국내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직접 또는 간접 투자하는 사업에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특히 외국계 IT업체들은 지난해 연이어 발표한 벤처 투자·지원 프로그램이나 닷컴 육성 프로그램을 한층 발전된 형태로 키우기 위해 올해 다양한 사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외국 IT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시스템이나 서버를 판매하기 위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리스를 알선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적극적으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이나 닷컴기업들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한국인터넷벤처인큐베이션(KIVI) 프로그램이나 닷컴 커뮤니티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닷컴기업과 벤처기업 가운데 우수 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국오라클도 올해 2월부터 글로벌 프로그램인 벤처 네트워크를 국내에서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라클 벤처 네트워크는 벤처캐피털·PR전문업체·법률회사 등과 협력해 벤처 설립에서부터 기업공개(IPO)까지 일련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분야별로 협력업체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CA도 올해 유망 분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장비·무선통신·B2B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발굴해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찰스 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아시아 시장 및 벤처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의 벤처투자가 성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썬도 신년초 국내 투자대상 벤처기업 10여개를 선정, 지원에 나선다. 한국썬은 이를 위해 올해 최대 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국내 10여개 벤처기업을 투자대상 기업으로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HP도 개라지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개라지 프로그램은 대상 벤처기업들에 장비를 6개월 동안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 몇가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진출 외국 IT업체들은 국내 벤처기업 투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벤처 캐피털이나 엔젤들이 투자했다가 급속도로 냉각된 벤처 지원정책의 공백을 외국계 IT업체들이 상당 부분 떠맡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계 IT업체들은 닷컴기업이나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진 IT 및 정보시스템 구축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시함으로서 국내 경제의 활성화에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외국계 IT기업들이 제시하는 방법론이나 시스템 구축기술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온전하게 기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 온오프라인 기업들이 신경제 환경에서 진정 추진해야 할 사업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데 있어 외국계 IT업체들은 분명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
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신년 외국계 IT업체들이 그리는 기상도는 과연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비록 국내 경기가 계속 하강 국면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T분야는 2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따라서 전년대비 20∼30% 성장한다는 사업 목표를 내놓고 있다. 물론 국내 경기에 따라 사업 목표는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은 낙관적인 목표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실물경기가 서서히 회복 국면에 돌아서면 국내 IT경기가 상승기류를 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드웨어의 경우 서버 분야는 전년대비 10∼2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특히 노트북PC의 경우는 데스크톱 컴퓨터 등에 비해 훨씬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면 노트북 시장은 30% 이상의 성장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을 특히 외국계 노트북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버 분야의 경우 기존의 유닉스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 진영간에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연합공세를 펼치고 있는 인텔·마이크로소프트·컴팩진영의 썬번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될지도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이와 함께 DB·ERP·B2B·CRM·SCM 등을 중심으로 IT업체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 IT업체들간 시장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2B나 e마켓플레이스 분야의 경우는 제품 개발에서부터 공급망관리, 물류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토털 솔루션을 지향해 업체간 협업체제 강화나 전략적인 제휴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오프라인업체와 외국계 IT업체들간 제휴 또는 사업공조체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컨설팅, 고객관리, 소비자 및 서비스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외국계 IT기업들이 고객지원조직·서비스조직·컨설팅조직 등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도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튼 외국계 IT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업기반이 되고 있는 국내 시장기반이 더욱 튼튼해지는 게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단순히 이익을 본사로 송금하는 체제에서 이제는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직접 투자처를 찾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국내 업체들의 국제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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