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이 세상 발명품은 모두 필요성에서 나왔다. 컴퓨터도 그렇고 무선 전화기도 그렇다.
컴퓨터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사람 대신 빨리 정확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 무선 전화기는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온 발명품이다.
21세기에는 어떤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나올까. 이같은 질문은 곧 이 시대에는 어떤 필요성이 증대될까 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항상 필요로 하는 것은 역시 편해지게 하는 제품이다.
될 수 있으면 손을 대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척척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은 21세기에도 각광을 받을 수 있다.
20세기 과학을 기름지게 만든 컴퓨터나 21세기를 이끌 로봇 등의 첨단 전자기술이 대표적이다. 90년대 세계를 휩쓴 정보기술(IT)도 빼놓을 수 없다.
21세기에 필요성이 증대할 또다른 욕구로는 인간커뮤니케이션을 들 만하다. 20세기 치열한 산업사회를 살아오면서 인간의 냄새를 맡지 못한 사람들이 바라는 바로 그러한 욕구다.
이러한 욕구는 정보기술의 발전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마음껏 공유하고 있으나 소외는 더욱 깊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교류의 장이었던 것이 갈수록 사이버커뮤니티나 공동체로 확대 발전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현대인의 고독과 같은 문제를 여전히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미래 IT는 바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인터넷이든 무선통신이든 네트워크와 관련한 제품이 21세기에 각광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필요성에서 나온 제품이든 대부분 이를 구현하는 것은 전자정보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기술, 반도체기술, 전기기술, 전자제품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는 더욱 편리하게 컴퓨팅하는 인공지능 및 휴먼인터페이스기술과 노트북PC처럼 경량화 휴대화할 수 있는 기술,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기술 등이 발전할 것이다.
반도체는 소형화 및 저전력소모에 집중되고 예전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으나 고속화 기술도 관련 소재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21세기에도 여전히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기기술은 새로운 대체에너지나 2차 전지와 같은 기술에 집중되고 있으며 전자제품은 보다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지능형 제품과 인간의 오감을 갖는 감성공학이 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마다 편차가 있으나 이들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는 1∼5년이 대부분이다. 응용기술에서는 더욱 좁혀진다.
『글로벌시대에서 굳이 개발할 필요가 있나. 외국기술이라도 사서 쓰면되지』하는 시각도 있으나 기술의 국산화는 여전히 우리에겐 지상과제다.
부존자원이 부족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는 아직도 유효하다. 또 모든 기술이 하나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지 않고서는 미래 기술 패권에서 영원히 탈락한다.
D램 반도체기술이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D램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낮다며 한국과 대만 등지로 넘겼으나 모든 칩이 하나의 칩으로 구현되는 시스템온어칩(SoC)시대를 맞아 D램 업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기술도 마찬가지다. 통합메시징SW, XML 등 국내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다양한 기술은 통합 플랫폼시대에서 핵심 컴포넌트 SW로 각광받고 있다.
줄 수 있는 만큼 가져올 수 있는 게 국제 기술시장의 원칙이다. 기술 국산화는 여전히 얻을 게 많다.
과학기술계의 원로인 최형섭 박사는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 만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을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처럼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과학기술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와 마찬가지로 21세기도 과학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다. 다만 달라지는 것은 특정한 기술보다는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전혀 다른 기술영역이 한 데 통합하는 「비빔밥(퓨전)기술」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다.
20세기말 세계를 뒤흔들었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주력이 될 정보기술은 이러한 통합 기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건설,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그동안 한국을 먹여살린 기술족보에 이제 정보기술이 올려질 차례다.
족보에 정보기술을 남보란 듯이 올릴지, 아니면 가문만 유지하려 남이 볼세라 몰래 올릴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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