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연말 특수 "실종"

해마다 연말이면 발생해오던 전자상가의 「연말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용산 전자랜드 1층 가전매장. 평일보다 오가는 인파는 제법 많은 편이다. 일부 매장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쇼핑객들의 구매상담으로 분주한 모습도 눈에 띈다. 하지만 연말 특수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하다.

안덕모 전자랜드 가전상우회장은 『구경만 하고 실제 구입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이나 11월보다는 그래도 나아지고는 있지만 소형 가전제품이나 김치냉장고만 판매량이 늘었을 뿐 냉장고나 세탁기같은 대형 가전제품의 판매는 예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경기가 어려워져 소비자들이 대물 가전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매장이 들어서 있는 3층 역시 오가는 발길은 많지만 매장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구매상담을 하는 이들은 평상시 주말에 비해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다만,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대리점이나 조립PC 매장은 썰렁한 반면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같은 대기업 대리점에는 그래도 가족단위의 쇼핑객들이 몰려 노트북 구매상담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진컴퓨터 상가의 한 조립PC 업체 사장은 『연휴 끝날이라 그런지 오히려 평소의 주말보다 더 한산하다』고 털어놓았다. 『방학철을 맞아도, 크리스마스가 연휴가 됐어도 매출이 늘어날 기미는 전혀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처럼 전자상가가 연말을 맞이해서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각 상가의 상인들이 상가활성화에 직접 나서고 있다. 선인컴퓨터 상우회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선인상가 21동 앞에서 노래자랑대회와 경매 행사 등을 열어 상가의 집객력을 높였으며 터미널전자상가도 24일 가족PC조립대회·쌍쌍파티·경매대잔치 등의 행사를 열어 고객끌기에 나섰다.

선인상우회는 『연휴기간동안 행사를 개최한 결과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상가 안으로 유입된 고객도 많았다』며 『얼어붙은 상가 경기에 그나마 훈풍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영화 용산조합이사장은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는 유통업계의 고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더라도 선인상가와 터미널전자상가처럼 자체적인 위기극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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