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을 담고 출발한 21세기 첫 해를 보낸 벤처업계는 여전히 썰렁하다. 경기위축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다 코스닥침체와 자금난이 여전해 정상적인 비즈니스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21세기를 맞은 벤처업계는 풀이 죽어 있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격언처럼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벤처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지만 벤처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대안이다. 정부 역시 「벤처회의론」 속에서도 벤처산업 육성이라는 정책기조를 올해도 변함없이 유지해 나가기로 하고 다양한 벤처지원정책을 마련, 시행할 방침이다. 따라서 벤처기업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내놓을 올해 벤처지원정책을 꼼꼼히 살펴두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1년 새해의 주요 벤처지원사업을 분야별로 정리한다.◆
★자금
◇투자조합지원=중기청은 벤처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자금 1000원을 투입, 총 3000억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조합을 결성한다. 정통부 역시 500억원을 출자해 민간 벤처캐피털과 15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이밖에 과기부는 민간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기초과학 전문투자조합(MOST)을 추가 결성하고 문화부도 영상펀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직접투자=정부의 자금지원이 융자에서 투자중심으로 전환, 국민벤처펀드(중진공), 다산벤처, 코리아벤처펀드(KVF) 등 공공 벤처캐피털이 출범, 직접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투자자산은 국민벤처 40억원, 다산벤처 300여억원, KVF 700여억원이다. 이들 공공캐피털은 특히 제조업 기반의 벤처투자 비중이 높으며 올해부터는 지방벤처투자를 정책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창업자금=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예비 창업자와 창업초기 단계 벤처기업들에 대해 창업 및 신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시설 및 운전자금이 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신용보증기금 등 2개 기관의 평가를 통해 지원된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2015억원)보다 다소 늘어난 2400억원이 책정됐다.
◇정책자금=정통부·산자부·과기부·건교부 등 주요 산업부처들은 올해에도 다양한 정책 개발지원사업을 마련, 실시할 계획이다. 이들 정책자금은 금리와 상환조건이 좋아 벤처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면 개발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중기청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구조개선자금을 마련, 중소·벤처기업들의 시설·운전·정보화 자금 등을 지원한다.
◇코스닥활성화=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직접자금조달시장이다. 특히 코스닥이 살아나지 않으면 벤처투자 등 벤처자금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정부는 이에따라 코스닥 수요진작을 위해 연기금 등 신규 매수세력을 육성하고 코스닥위원회를 증권업협회에서 독립시켜 미국 나스닥시장과 같은 시스템으로 시장개편을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
★기술
◇해외기술협력=벤처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3개국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국내 벤처기업의 기술연수, 기술제휴 및 협력파트너 알선, 산업협력 촉진단 파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협력촉진단에 벤처기업 참여를 유도해 기술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인력 유치=러시아 등으로부터 고급 기술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러시아는 특히 정보 및 메카트로닉스산업 등 첨단 분야가 발달해 러시아 고급인력 유치에 주력, 이에 필요한 비용을 외국인력 도입 벤처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일본·미국·러시아·호주·이탈리아·스위스·영국·프랑스 등 분야별로 기술선진국에 국내 기술자를 파견, 기술이전 효과를 거둘 방침이다.
◇기술거래=무형의 기술을 사고파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벤처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기술거래다. 정부는 이에따라 한국기술거래소, 중진공 M&A지원센터, 생산기술연구원 등 관련 공공기관을 통해 벤처기업의 기술이전·기술매매·기술제휴·기술협력·M&A 등 다양한 기술거래를 지원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중기청은 특히 벤처 M&A는 벤처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고 보고 재경부·법무부 등과 공동으로 오는 3월경 벤처M&A 종합대책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지도=벤처기업들은 보통 특정 기술력은 높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기술을 도입,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은 경우 적절한 기술지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따라 중진공 등 관계기관을 통해 올해에도 벤처기업 기술지도에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않을 계획이다.
★입지
◇벤처육성촉진지구=일종의 「벤처특구」로 올해 약 20개 지구가 새로 지정된다. 특히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대덕밸리」 지역과 서울 동대문구 일대의 서울홍릉밸리, 춘천하이테크벤처타운 등 벤처육성촉진지구가 집중 육성된다. 이들 촉진지구에 입주하면 지역 벤처 투자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가 쉽고 지방세 감면, 부담금 면제 등 세제혜택과 정보공유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창업보육센터=벤처의 요람 보육센터는 올해에도 40여개가 추가로 지정돼 벤처기업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230개. 벤처기업들은 테헤란로 등 벤처밀집지역이 임대료가 비싸 보육센터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올해도 입주를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는 특히 올해부터는 양적 팽창보다는 보육센터의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상반기중에 창업보육센터 관리지침이 마련되고 인큐베이팅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강화된다.
◇벤처집적시설=창업보육센터와 함께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표적인 벤처입지 지원사업이다. 보통 벤처빌딩 등 벤처집적시설에 입주하면 각종 세제혜택과 함께 정보 인프라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반 시설입주보다는 유리하다. 중기청은 올해에도 벤처기업집적시설 40여개를 추가로 지정, 총 200개 정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비수도권 지역 집적시설 지정요건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협동화사업=중소 제조업체들 중심으로 공동사업장 형태로 정부가 장기저리로 제공하는 자금을 지원, 입지를 도와주는 사업이다. 벤처붐 조성으로 협동화사업은 지난해부터 벤처협동화사업장이 6개 지정됐으나 올해는 700억원의 예산을 편성, 20개 사업장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개별적으로 도입키 어려운 고가의 연구개발 장비나 생산설비 부담이 많은 벤처기업들은 이를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판로
◇해외진출지원=중기청은 미국 워싱턴DC에 현지 벤처인큐베이팅센터인 코리아벤처센터를 설립,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도쿄에는 벤처혁신센터를 설립, 일본진출시 현지적응을 지원한다. 이와함께 민관합동으로 「벤처기업 세계화지원단」을 구성하고 다산벤처를 통해 나스닥상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통부 역시 실리콘밸리 소재 i·PARK를 통해 벤처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진출 전략펀드를 통해 자금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시장개척단=정부는 벤처기업협회 등 관련단체를 통해 벤처기업만으로 구성된 해외전시회 및 박람회 참가단을 구성하고 세계 주요지역에 시장개척단 파견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종합상사협의회 소속 10개 업체와 벤처기업협회 등이 공동협의체를 구성, 지원하고 KOTRA를 통해 온라인 무역정보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정보제공=내수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요즘 벤처업계의 관심은 수출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력이 부족한 벤처기업들로선 막상 수출을 추진하려 해도 쉽지 않은 게 보통이다. 중기청은 이에따라 벤처기업 종합정보망인 「벤처넷」에 실리콘밸리뉴스를 대폭 확대 개편하고 해외 벤처네트워크를 구축,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재외공관의 홈페이지에 「기업서비스란」을 신설, 벤처기업들이 해외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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