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IT산업 총결산>9회-산업전자·부품

올해는 어느때보다 만감이 교차한 한 해였다. 벤처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전자부품·산전업체들은 천덕꾸러기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민경제에 주름살만 늘어났다. 더구나 구조조정 여파로 많은 업체들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전자부품 및 산전업체들은 제2의 IMF를 맞아 어느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주력인 D램시장이 올 들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반도체업계는 환호성을 질렀으나 3·4분기 들어 갑자기 가격이 급락,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전통적으로 수요가 부진한 상반기에는 호황을, 성수기인 4분기에는 불황을 맞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지만 올 한해에 걸쳐 보면 국내 D램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성장했으며 플래시메모리, S램 등도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또 비메모리반도체도 휴대단말기, 통신기기 등에 들어가는 칩 수요와 수탁생산(파운드리)수요의 증가로 고른 성장세를 보여 D램에 편중된 반도체산업구조의 개선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전분야에 걸쳐 고른 성장을 보여 사상 최대인 100억달러(TFT LCD 제외) 돌파를 기대했다. 현대전자는 최근 유동성 위기와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올 상반기까지의 매출호조와 자산매각 및 투자유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중이다. 이와 관련, 현대전자는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올해 D램 부문의 매출점유율을 낮추는 한편, 64M D램 대신 128M 이상 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했다.

아남반도체는 파운드리전문업체로 변신했으며 동부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 본격 가세해 내년 2·4분기 중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국내 반도체업계는 종합반도체업체 2개사, 파운드리전문업체 2개사의 구조로 재편됐다.

◇반도체 장비·재료업체

올 한해 「활짝」 웃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된 반도체·LCD 시장 호조에 힘입어 관련장비·재료의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해 매출실적이 1999년 대비 50∼300%까지 대폭 신장했기 때문이다.

미래산업·한국디엔에스 등 장비업체의 경우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하는 수확을 거뒀다. 케이씨텍·아토·디아이·코삼·이오테크닉스·피케이엘 등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매출실적을 올렸다.

올 한해 반도체 장비·재료업계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대대적인 생산설비 신증설을 들 수 있다. 장비·재료수주 물량이 늘어 기존 생산설비로는 대응이 불가능한데다 품질과 신뢰성 향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국알박·발렉스코리아·알카텔진공코리아·한국발저스앤드라이볼트 등 외국계 장비·재료업체도 설비증설경쟁에 가세했다. 이는 반도체·LCD 시장의 성장성이 큰 한국에 안정적인 제품공급 및 서비스 체제를 갖춰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해외진출을 위한 장비·재료업체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장비·재료업체는 국내 소자업체에 대한 공급 편중에서 탈피하기 위해 올 한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 구축에 공을 들였다. 일부 업체들은 국내 소자 업체에 양산제품을 공급해 쌓은 기술력과 제품 신뢰성을 바탕으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일본지역 진출에 매달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도 전년대비 10∼20% 정도 높아졌다.

아울러 차세대 300㎜ 웨이퍼 공정 도입을 겨냥한 관련제품의 개발 및 상용화가 활발한 가운데 주성엔지니어링 등의 경우 외국 소자업체에 납품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TFT LCD의 가격하락과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의 급격한 퇴조,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TFT LCD의 가격하락은 삼성전자, LG필립스, 현대전자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와 매출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브라운관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는 CPT의 국내 생산을 축소하는 바람에 삼성SDI를 제외한 업체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대응해 LG전자는 필립스와 합작키로 결정했으며 오리온전기는 해외 매각을 추진중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올 한해 한층 고조됐다.

삼성SDI, LG전자는 내년 상반기중 양산을 PDP와 유기EL 신규 라인 투자에 들어갔으며 오리온전기도 PDP의 생산 확대를 모색중이다.

특히 삼성SDI는 일본 NEC와 유기EL에 대한 합작을 선언, 국내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차전지

모바일 기기의 수요확산에 힘입어 급팽창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 시장에서는 LG화학에 이어 삼성SDI가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일본업체가 장악해온 시장구도가 한일 업체간 대결구도로 전환됐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국내 업체들의 2차전지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기존업체의 생산량 확대와 신규업체의 시장참여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국내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PCB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들은 올해 마늘파동으로 빚어진 이동통신단말기 대중수출 제한조치 등으로 한때 고전하기도 했으나 세계적으로 네트워크장비와 이동통신단말기·반도체를 중심으로한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비교적 큰 폭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와 LG전자·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대덕GDS·페타시스 등 주요 PCB 생산업체들은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올해 전년대비 30∼4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이같은 매출신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주요 PCB 생산업체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 제품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50∼100%까지 늘렸다. 내년에도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실시해 PCB 생산능력을 더욱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PCB 생산업체들은 특히 올 들어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장비용 초고다층 PCB와 빌드업기판, BGA 및 CSP기판 등 고부가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형 및 중견 PCB 생산업체들이 올해 큰 폭의 매출신장을 이루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세 PCB 업체들의 수주물량은 줄어 PCB 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부품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수정디바이스 등 일부 품목의 기업들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린 가운데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평년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의 경우 삼영전자공업(대표 변동준)이 올해 전년비 22.4% 늘어난 2224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것을 비롯해 삼화전기(대표 서갑수)가 전년비 16.2% 늘어난 1400억원의 매출을, 삼화콘덴서(대표 이근범)가 전년비 30% 가량 늘어난 1050억∼1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각각 기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업체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전자·정보통신기기 시장이 성장하면서 콘덴서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필름콘덴서 업체들은 비교적 규모가 큰 필코전자(대표 조종대)가 전년비 13% 성장한 640억원 매출을 올린 것을 제외하고 다른 중소규모 업체들은 유가 인상, 동남아 저가제품 유입,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요구 등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증착필름을 생산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존폐의 기로로 몰리고 있다.

수정디바이스 역시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와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인 전자시장 호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써니전자(대표 곽영의)가 지난해보다 42.9% 늘어난 6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비롯, 청호전자통신·부방테크론·KQT 등 주요 수정디바이스 업체들은 30% 안팎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밖에 커넥터 업체의 경우 한국단자공업이 전년비 30% 정도 늘어난 1180억∼122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한국AMP가 전년대비 46.0% 성장한 9100만달러의 매출(회계연도말 9월)을 올렸다. 특히 이들은 대우자동차 납품비중이 적어 대우차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 커넥터 분야도 성장세를 보였다.

◇산업전자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불안한 밀레니엄 첫해를 맞이했던 중전기기 업체들은 내수부진을 우려해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수출판로를 개척했다. 특히 한국전력 등이 관수물량을 늘리면서 수치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은 한해를 보냈다. 총 생산액은 IMF 이전 수준인 6조원을 돌파했고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23% 증가하는 약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말로 접어들어 건설업체의 잇단 부도 등 내수시장의 불안이 더해지면서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설비투자가 급락해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 국내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 업체 진출로 경쟁가속화가 예상되고 있어 업체들의 변신이 요구된다.

승강기 시장은 지난 97년부터 시작된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규설치 물량은 1만2000대 정도로 지난해 1만5370대에 비해 20% 정도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보수업체 수는 급증, 한정된 물량을 놓고 업체간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승강기 신규시장의 90%를 차지하는 LG·OTIS, 현대, 동양이 보수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어 1만5000대의 승강기를 570여개 보수업체가 관리하는 등 부실보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 9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자동화 시장에서 올해는 외산 업체의 바람이 특히 거셌다. 국내 업체인 LG산전, 현대중공업 등이 경기침체 및 구조조정으로 멈칫거리고 있는 사이 독일 지멘스, 미국 록웰오토메이션, 일본 미쓰비시 등이 시장점유율을 넓혀갔다.

<산업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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