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성 아이엠엠창업투자 대표이사
벤처창업 강좌 등에서 강의하는 기회가 잦다보니 벤처CEO가 가져야 할 요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할 기회도 많아진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라서 전형적인 판단 기준이 있을 리 없고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 동안 주변의 벤처기업의 CEO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투자자들은 투자결정 때 어떠한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사람(경영자)과 시장(성장성)이라고 대답한다. 사람과 시장 중에 더 중요한 요소를 고르라고 한다면 다수가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실제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 시장이 갖는 의미가 무척 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은 그 만큼 누가 그 기업을 경영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또 사람이 갖춰야 할 것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될 요소는 투명성이다. 벤처기업을 벤처기업답게 키우기 위해선 개방적인 경영이 필요하다. 외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하며 외부의 기업들과 전략적인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국제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를 개인의 소유물처럼 경영해서는 안된다. 경영의 잘잘못을 떠나서 누가 보아도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훤히 볼 수 있는 투명한 회사가 필요하다. 투명한 회계시스템의 운용과 비용처리 등은 기본이고 임직원, 투자자들과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공유 의식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요소는 조직관리 능력이다. 디지털 경제 아래에서 기업이 가진 자산 중에 사람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는 자산만큼 체계적이지 못하고 관리기법면에서 개발이 덜 된 자산도 없을 것이다. 통장이나 창고 속에 보관가능한 현금이나 재고처럼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한 자산이 사람이다. 절대적인 만족치가 없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스톡옵션과 같은 방식이 적용되고 있으나 임직원들의 장기적인 애사심을 고취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즉, 코스닥 호황시에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퇴직하는 사람이 늘고 침체기에는 오히려 상실감만 더 주어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업에서는 재무관리를 잘 하는 경영자가 회사를 잘 성장시키겠지만 앞으로는 조직을 잘 관리하는 경영자가 최후의 승자
가 될 것이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해당 기업에 필요한 경영자의 상이 조금씩 바뀔 수 있는 것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초기 단계에는 해당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전문성, 진취성, 시장개척능력이 있는 CEO가 벤처기업을 잘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아 왔다. 기업이 성장기를 지나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들면 여기에 약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매출 규모도 커지고 임직원의 수도 많아져 한 사람의 힘으로는 전체를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기업은 이 단계를 지나면서 개인 위주의 경영에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연히 경영자도 큰 시스템을 잘 운영해봤거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벤처기업의 생명은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다. 벤처기업의 CEO도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을 전제로 자기의 사업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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