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e코리아]해외 월드베스트 신기술(2)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광고문구가 있다. 마찬가지로 IT업계에도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며 계속 연구개발되는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쉽사리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우리를 조롱하듯 조금씩 자신에 대한 단서를 흘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도 그 속도는 느리지만 분명히 발전하고 있으며 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인류의 가장 큰 꿈 중 하나인 만능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로보틱스(로봇공학), 소형화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인 나노테크놀로지가 바로 그것이다.◆

◇로보틱스

1920년 체코의 한 극작가가 쓴 희곡에 처음으로 등장한 「로봇」은 지난 한세기 동안 온 인류가 지녀온 꿈의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학계와 산업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영화감독·소설가·만화가 등도 저마다 이상적인 로봇을 만드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고 영화속의 로봇은 좀처럼 스크린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산업용 로봇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산업현장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로봇은 언제나 상상속에만 존재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사람과는 거리가 먼 「작업용 기계」가 아닌 사람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로봇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열도를 휩쓴 소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 열풍은 더이상 로봇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마이크로·센서기술 등의 급속한 발전은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이에 따라 2001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로봇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활약은 가정과 병원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아이보」의 대성공으로 일본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애완 로봇 개발붐이 일어났고 이러한 경쟁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니는 아이보의 후속모델을 출시한 상태이고 마쓰시타·혼다 등도 신제품을 발표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될 애완 로봇은 그동안의 상상을 뛰어넘는 성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더욱 발전해 웬만한 지시는 모두 수행할 수 있고 인공지능도 개선돼 혼자서 무료함을 달래는 로봇이 등장,

어린이에서 성인에 이르는 폭넓은 인기를 누릴 것이다.

어쩌면 매일 음식을 먹여야 하고 집안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애완동물보다는 깔끔한 애완로봇이 사람들에게 더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초정밀 집도를 요하는 수술이나 원거리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수술용 로봇」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의료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술로봇을 새로운 희망으로 인식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다빈치」와 여러 차례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관심을 모은 「제우스」 등 로봇의 의료계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로봇이 수술을 집도 또는 보조할 경우 감염의 위험이 적고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수술방식의 도입이 가능해 환자의 회복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로봇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이 사라진다면 상당수의 수술이 로봇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며 의사들이 로봇때문에 설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나노테크놀로지

20세기 IT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보다 작은 매체에 보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20세기 후반 마이크로기술의 발전으로 저장매체의 집적도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70년대초 발표된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회로소자 하나의 크기는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였지만 90년대 후반 출시된 「펜티엄Ⅲ」의 회로소자는 그 크기가 40분의 1인 0.25㎛로 줄었고 집적도는 400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마이크로기술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로소자의 크기가 작아지다 보면 결국 물리적으로 자성을 갖지 못하는 「초상자성한계(Super Paragmatic Limit)」에 도달하게 되고 이 시점부터는 더이상 소형화도, 집적도를 증가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대안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 나노기술이다.

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으며 「10억분의 1」이라는 수량적 개념을 가진다. 따라서 나노기술의 측정단위인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뜻한다.

좀처럼 감이 안잡힌다면 원자 3∼4개를 붙여놓은 길이가 1㎚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실감이 안난다면 원자를 10억배 확대하면 포도알 정도의 크기가 된다는 것을 연상하면 대충 짐작이 갈지도 모른다.

이처럼 그 실체를 가늠하기도 힘든 원자의 세계를 다루는 초미세기술이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의 목표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활용함으로써 초상자성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불과 15년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나노기술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으며 그 발전속도 또한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그러나 나노기술이 실현될 상황을 상상한다면 힘들고 어렵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미국은 과학재단과 에너지성 등 12개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간 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나노기술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웃나라 일본도 지난 91년 이래 나노기술에 대한 2단계 개발전략을 마련해 10년간 24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나노기술 연구의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나노기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의 IBM은 지난해 원자크기의 전자회로실험에 성공했으며 일본에서는 도시바가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현 수준보다 1000배 가량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나노기술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도 나노기술 연구를 위한 각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실험성공 발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로봇공학과 나노기술처럼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세계 각국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신기술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로봇과 함께 인류가 간직한 꿈의 한켠을 차지해온 우주여행을 실현시키기 위한 우주항공기술,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기 위한 유전자공학 등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모두 올해 「피니시라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 여하에 따라 피니시라인을 앞당기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스타트라인에서 늦게 출발했더라도 피니시라인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외화시리즈의 마지막 화면에 떠오르는 「To be continued」처럼 신기술을 낡은 기술로 만들기 위한 경쟁은 계속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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