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K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주축이 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이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통신과 방송시장에 대변혁을 불러올 전망이다.
위성방송사업은 그동안 IMT2000과 함께 21세기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시대의 총아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통신은 IMT2000에 이어 위성방송사업권마저 차지함으로써 통신과 방송을 아우루는 국내 최대의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가 불어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민영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KBS를 비롯해 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도 경쟁자가 될 뻔한 위성방송사업을 품에 끌어안음으로써 지상파와 위성방송 양대 매체를 통해 안정적으로 방송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LG그룹은 IMT2000사업자 탈락에 이어 위성방송에서도 사업권을 따내지 못함으로써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그룹측은 『위성방송사업은 IMT2000사업과 같이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모아 추진해온 사업이 아니라 계열사인 데이콤이 자회사인 DSM을 통해 추진해온 사업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번 위성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사업자 선정은 위성방송을 도입해 지상파와 경쟁하도록 해 방송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무위로 돌아가게 했다.
방송위원회가 막판에 KDB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준 것은 불투명한 위성방송시대의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은 무궁화호 위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초기 단계부터 70여개의 채널을 채워야 하므로 콘텐츠 제작 능력이 탁월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적극 참여가 요청되는 상황도 적지 않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한국위성방송(KSB)컨소시엄에 사업권을 줄 경우 재벌의 방송 참여에 따라 공익성이 훼손된다거나 외국 자본이 진출함으로써 문화침략이 가속화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심사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KDB는 6개 심사항목 전부에서 1∼8점의 차이로 KSB를 눌러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심사위원단에 김학천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임순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 등 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인사가 대거 포진된 것도 KDB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심사과정과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방송위원회가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채점에 이르기까지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위성방송사업 희망업체를 하나로 묶는 이른바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상이 무산된 이후 비교심사(RFP) 방식을 도입하자 심사방식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고 심사기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둘러싼 공방도 불거져 나왔다.
특히 1000점 만점으로 이뤄져 있는 6개 분야의 항목별 점수를 보면 계량화할 수 있는 분야가 250점에 지나지 않는 반면 비계량 분야가 750점에 달해 객관적인 판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를 현실성과 동떨어진 장밋빛 청사진으로 만들어내는 쪽의 점수가 오히려 높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위성체를 보유한 한국통신이 지상파 방송 3사와 함께 위성방송을 주도하게 됨에 따라 방송시장의 독점이 가속화돼 오히려 영상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프로그램공급업체(PP)와 독립 프로덕션들을 어떻게 지원·육성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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