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의 「텃밭」으로 불리는 서울 테헤란밸리. 벤처붐 조성으로 벤처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털, 벤처인큐베이터, 벤처지원기관이 집중되면서 한국 벤처산업의 상징이 된 이곳은 요즘 벤처위기설로 인심이 흉흉하다. 코스닥이 한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며 돈이 넘쳐나던 올초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벤처는 지금 위기가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일 뿐이다」 「이제는 벤처 침체가 바닥권이며 머지않아 살아날 것이다」 「우리 경제에 벤처말고 무슨 대안이 있는가?」라며 애써 안심하던 벤처인들이 정현준사건 이후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구조조정설이 위기설로 확대된 이후 벤처기업들에 자금유입이 더 줄어들면서 돈가뭄이 극심하다.
일부 닷컴기업은 아예 사이트를 폐쇄,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 당좌거래가 없어 IMF 전후와 같은 대량 부도사태는 면하고 있지만 운전자금이 바닥나 흑자도산 위기에 처한 업체가 적지 않다. 물론 운좋게 펀딩에 성공했거나 코스닥등록으로 현금을 많이 확보한 업체는 일시적인 자금위기에 빠진 유망벤처를 찾느라 혈안이다.
그러나 극심한 돈가뭄속에서도 새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으며 일부 유망 벤처기업들의 성장이 지속되는 등 벤처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IMF 직전과 유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벤처업계의 상황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영위기에 봉착했던 IMF와는 분명 다르다.
살아남는 업체와 새로 창업하는 업체의 공통점은 핵심(core)기술력을 갖춘 소위 기술벤처기업이다. 국제경쟁력이 높은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자금난속에서도 펀딩에 성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술은 비단 정보통신장비 등 하드웨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핵심기술을 갖춘 닷컴업계 중에서도 잘나가는 업체가 있다.
「데이터공유(data sharing)」라는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교육솔루션시장에서 새바람을 몰고 있는 온소리닷컴의 김욱 사장(38)은 『단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에 의존하는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취약한 수익구조로 닷컴기업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 인터넷 분야에도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많다』고 말한다.
코스닥 침체로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고 벤처투자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수합병(M &A)시장에서도 「셀러(seller)」는 많지만 실상 「바이어(buyer)」들의 표적은 기술기업이다. 핵심기술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M &A시장에서도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영상압축복원기술업체인 모헨즈의 정병철 사장은 『투자유치든 M &A든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이 갖춰야 할 필요조건으로는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자질과 도덕성, 핵심인력의 팀워크, 마케팅 능력 등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기술력이 필요충분조건으로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벤처전문가들은 『벤처는 한마디로 첨단기술기업이다. 일본도 「벤처」란 용어 대신에 「기술혁신중소기업」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벤처인들이 되새겨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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