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CNC의 강화식 사장(49)과 아이시스템즈의 옥성필 사장(33)은 아주 대조적이다. 강 사장은 PC기반 수치제어장치(NC)를 개발, 생산하는 제조업 부문에 서 있고 옥 사장은 시스템통합(SI) 등 인터넷 솔루션 제공업체로 인터넷 부문에 발을 딛고 있다.
강 사장이 20년 이상을 한우물을 파 온 기계 전문가라면 옥 사장은 재기발랄한 신세대 사업가로 인터넷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강 사장은 시종일관 연륜이 묻어나는 신중한 대화로 일관하는 반면 옥 사장은 자신이 공감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선배의 얘기를 밝은 표정으로 듣고, 의견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 바로 「21세기의 전반, 세계의 화두는 인터넷」이라는 것. 여기서 대화가 시작됐다.
강 사장은 최근들어 인터넷·정보통신의 부상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설움을 톡톡히 느꼈을 법한데도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인터넷 추종자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하고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분야
가 바로 인터넷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강 사장의 힘이 실린 주장에 옥 사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강 사장의 말은 이어진다. 『선진국에서도 벤처업체의 성공확률은 10% 안팎입니다. 어렵다는 말보다 지속적인 격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 사장은 『벤처에 대한 인식이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10%는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강조한다.
이 말에 옥 사장도 동의한다. 『지금 테헤란로의 분위기는 올 상반기까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러나 비온 뒤의 땅이 굳어진다고 주식시장의 도박성이 걷히고 나면 건전한 벤처들이 살아나고 이들이 설 땅은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들 두 사람은 국내 인터넷 시장은 과도기를 벗어나 정상궤도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에 일치를 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PC로 접어들면서 한층 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대화에 접점이 생겼기 때문인 듯했다.
『네트워크화의 가속으로 PC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강 사장의 말에 옥 사장은 『이들을 연결하는 장비인 서버 시장도 유망하다』고 맞장구를 친다.
강 사장은 향후 기계관련 산업의 키는 PC에 있다고 보고 286시대 때부터 PC를 기반으로 한 NC 개발에 전념해왔다.
『PC의 발전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 NC와 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강 사장은 『이제 비로소 제품 및 기술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장인정신마저 엿보인다』는 옥 사장의 칭찬에 강 사장은 『아닌 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라디오 등 수많은 기계들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익숙했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설비 분야 PC기반 제어에 대해 노하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웃는다.
이에 화답하듯 강 사장은 옥 사장에게 창업 1년 만에 번듯한 회사를 차리게 된 비결을 물었다.
옥 사장은 『안으로는 팀워크이고 밖으로는 신용』이라면서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기업·관공서·학교 등에 인터넷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신용을 쌓았고 이는 다시 매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바람이 크게 기여했다』는 겸손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목표 1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덧붙임에 강 사장은 대견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 사장은 젊은 패기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이유는 없다고 단언한다. 서로의 전문성(specialty)은 다른 데 있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이후 서로의 사업아이템과 시장전망, 이업종 교류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후에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어둠이 드리우면서 끝가는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을 우려한 기자의 부탁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두 사람은 사업파트너로서보다는 인생 선후배로서 차후 만남을 기대하며 헤어졌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강화식 사장 약력>
△71년 서울 경복고 졸업
△79년 서울대 공대 기계과 졸업
△85년 ESI 입사
△88년 배론CNC 설립
<옥성필 사장 약력>
△86년 서울 여의도고 졸업
△93년 미국 NYiT대 재정학과 졸업
△99년 아이시스템즈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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