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노리닷컴 김대인 사장 ihnkim@webnori.com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낱 「아이들의 시간 때우기 놀이」로만 치부되던 게임. 하지만 이제 게임은 당당히 산업분야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자그마치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고 있다. 또한 많은 대학에 게임학과가 개설돼 있고 프로게이머에 대한 10대들의 동경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외국의 유명 게임개발 회사조차 게임에 한국적인 내용을 보강하고 신작 발표 전에 한국에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가히 게임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한국에서 게임산업의 지위가 향상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PC방과 인터넷 전용선의 폭발적인 보급 그리고 무엇보다 100만카피 판매의 대기록을 세운 「스타크래프트」가 보여준 게임산업의 무궁한 발전가능성이 큰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듯 장밋빛 일색인 국내 게임산업의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게임의 교육적인 기능은 무시되고 오직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 위주로만 개발·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으로 쏘고 칼로 베고 화면엔 유혈이 낭자하고, 스피커에선 단말마의 비명이 쉴새 없이 들려오고…. PC방에 가보면 거의 모든 컴퓨터에서 이런 류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단 게임에만 국한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게임이라는 분야의 주고객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한다. 단순히 오락성 위주로만 게임을 만들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분야가 가지는 오락적 특성과 교육적 특성을 최대로 활용한 게임(예를 들자면 「심시티」 같은)을 우리나라도 만들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다양성 없이 획일화된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게임이 히트를 치면 너도나도 비슷한 장르에 유사한 인터페이스와 스토리를 갖춘 게임을 서둘러 만들거나 수입해서 유통시키고, 인터넷 RPG가 인기를 끌면 금세 유사게임이 판을 친다. 제작사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개발하지 못하고 단지 유행에 편승해 이윤만을 추구하기 위해 저마다 비슷한 게임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게임 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정장르의 편중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별해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셋째 게임의 대상연령이 지나치게 10대 위주로만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10대 고객이 게임의 주 대상연령층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편중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30∼40대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묶어줄 수 있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과 문화는 한 단계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게임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게이머와 게임개발회사 모두의 노력만이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을 21세기를 주도할 문화산업이자 전략산업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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