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화폐 법제화 급하다

전자화폐사업이 사실상 일반 금융사업의 성격과 유사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관련 법규와 기관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미비는 특히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의 의무 및 권리 관계를 규정하는 약관의 부실을 초래함으로써 전자화폐에 대한 신뢰성이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화폐는 몇백원 단위의 입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신용카드 결제나 온라인 입금방식에 비해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학생 등 현금결제수단이 마땅치 않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라고 한다.

전자화폐사업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상법에 근거해 주식회사의 요건을 갖추고 사업자 등록을 필하면 그것으로서 사업을 개시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별다른 규제 없이도 금융적 특성을 갖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고 한다.

전자화폐사업이 일반 금융적 특성을 갖고 있다 함은 이용자(소비자)로부터 미리 돈을 받고 화폐를 발급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이용자가 화폐 발행의 근거로 삼게 되는 것이 약관인데 소비자보호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 대부분은 현행법에 근거하기보다는 각 사업자들이 임의로 작성한 것들이라고 한다. 또한 거래에 대한 운용체계나 책임소재 등이 일정하지 않고 내용도 각양각색이어서 이용자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사업자들의 약관을 보면 대부분은 전자화폐에 대한 개념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한다. 발행주체나 발행요건이 불명확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반조치 등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용도중 사업자가 돌연 폐업하거나 도산할 경우 이용자는 1차적으로 그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해지고 마는 것이다. 유효기간의 경과규정이나 발급한도 등을 비롯해 개인정보 유출 등 이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부당함에 대한 피해보상도 막연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같은 자격미달의 약관이 선의의 이용자들에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으로 전자화폐의 운영과 관련해 약관의 부실을 시정하고 이용자에 대한 불편부당함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까지 제도적 미비에 따른 피해사례는 전자화폐의 쓰임새가 제한적이어서 이렇다 할 내용이 보고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정착되고 전자화폐의 쓰임새나 유용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책마련은 한시가 급하다 하겠다.

현 단계에서 이용자 보호와 함께 전자화폐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관련법규의 제정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전자화폐의 법적개념을 비롯해 발행주체에 대한 자격이나 발행요건, 이용자 보호 조항, 관리감독기관의 임무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덧붙여 사업자들의 약관실태를 점검하고 이의 표준화를 담당한 관리감독기관의 지정이나 설립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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