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해킹대회 강행-SDMI 「자중지란」

워너뮤직·소니뮤직 등 음반 메이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디지털음악저작권단체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가 때아닌 과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개최한 워터마킹 공개 해킹대회가 뜻하지 않게 수세로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최근 소식통에 의하면 이 해킹대회 개최로 말미암아 SDMI측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정은 이렇다. SDMI는 지난 9월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워터마킹기술 4종을 인터넷(http://www.hacksdmi.org)에 올려 현상금 1만달러를 걸고 공개해킹대회를 개최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강력한 기술을 표준기술로 선정하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업체에서는 이같은 테스트방식이 아직 완료되지도 않은 기술을 해커들에게 공개해 원천소스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대회 철회를 주장했지만 SDMI는 이를 무시한 채 대회를 강행했다.

그 결과 4개 업체의 워터마킹 기술 모두가 해킹을 당해버렸다. 아직 SDMI측이 공식발표를 미루고는 있으나 해킹 그 자체뿐만 아니라 해킹 건수가 무려 447건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스탠퍼드대 재학생 등 일부 해커들은 그 방법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3여년간 끌어 온 표준화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00여개에 달하는 SDMI회원사들은 주최측의 무리한 대회 강행으로 화를 자초했다며 SDMI의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오는 8일 버지니아에서 열릴 SDMI총회는 그야말로 난상토론이 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협회의 독단적 운영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회원사들의 거

센 비판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애니·실트로닉 등 국내업체들도 이미 모든 선정대상의 기술이 해킹을 당한 만큼 업그레이드한 기술로 재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회에서 SDMI 임원진들이 어떤 위기 탈출의 카드를 제시할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협화음으로 인해 디지털음악산업을 또 한걸음 뒤처지게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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