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DSL칩 「외면」

정보통신부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장비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2년여 동안 정부·민간 합계 총 51억원을 투입, 최근 개발에 성공한 저속디지털가입자회선(UADSL)칩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미 8Mbps가 ADSL의 기본 속도로 자리 잡으면서 저렴한 가격, 국산화 성공이라는 이점이 속도논쟁 속에 파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UADSL칩 주관 개발업체인 삼성전자측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ADSL이나 VDSL칩에 대한 핵심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돼 개발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상용화됐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UADSL = G.Lite 또는 G.992.2라고도 불리는 UADSL(Universal ADSL)은 현재의 아날로그 모뎀에 비해 25배 정도 빠른 1.5Mbps의 다운로드 및 512Kbps의 업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디지털가입자회선 기술이다. 전기능지원(풀레이트) ADSL에 비해 속도는 느리나 칩 내부의 메모리 용량이 적고 외부에는 음성신호와 데이터신호를 분리하는 신호분리기(스플리터)가 필요치 않아 이를 채용했을 경우 ADSL모뎀 가격을 30%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98년 9월 삼성전자를 개발 업체로 선정하고 정부예산 총 23억원을 지원했으며 삼성전자는 28억원의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 지난달 상용칩을 출시했다. 그러나 개발사업 초기 미국에서 UADSL포럼인 UAWG가 구성되는 등 독자 제품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 ADSL포럼에 흡수되는 등 점차 ADSL 표준의 일부분으로 수용되는 추세다.

◇왜 외면받나 =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를 채택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전무한 상황이다.

우선 통신사업자들이 구매하는 ADSL모뎀 규격이 풀레이트 ADSL에 한정돼 장비업체들이 채용하기를 꺼리는 입장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현재 ADSL요금체계는 8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ADSL프리미엄 상품과 1Mbps를 지원하는 라이트상품 간의 요금차가 1만원 정도』라며 『가입자들이 1Mbps 서비스에 가입했더라도 8Mbps 상품을 요구하면 바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풀레이트 ADSL모뎀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DSL라이트 상품의 경우 UADSL모뎀을 구매하는 것이 기술상으로는 가능하나 점점 더 높은 속도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경향을 고려하면 풀레이트 ADSL을 구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통신은 ADSL라이트 상품의 경우, 소비자에게는 풀레이트 ADSL모뎀을 공급하고 사업자장비인 DSLAM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ADSL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상보다 UADSL모뎀과 ADSL모뎀의 가격차가 적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ADSL모뎀칩 가격인하로 대략 모뎀 가격에서는 1만원 안팎의 인하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전망 = 삼성전자는 이번 UADSL칩을 한국통신 메가패스 B&A나 사이버아파트 등과 같은 저가용 솔루션을 채용하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되 본격적인 칩시장 진입은 전기능 지원 ADSL칩이 나오는 내년 초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비록 UADSL칩이 상용화에 실패하더라도 통신용 반도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기술 확보라는 기본 목표는 달성한 셈』이라며 『내년부터 ADSL칩 시장에 출시, 해외 칩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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