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관련법의 제정을 놓고 행정자치부가 주도하는 정부입법안과 이상희 의원(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의원입법안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행자부 측은 이달초 입법예고를 통해 법제처의 심사를 받고 있는 마당에 웬 의원입법안이냐며 반발하고 있고, 뒤늦게 법안을 내놓은 이 의원 측은 디지털시대에 대비하려는 법이니 만큼 입법·사법·행정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큰 틀에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전자정부 관련법은 지난 97년부터 정부와 국회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입법화를 추진해왔지만 결과는 올 얻지 못했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행자부와 정보통신부 등이 각기 추진한 정부입법(안) 논의를 거치면서 행자부의 「전자정부법(안)」으로의 합의안이 도출됨으로써 지난 2일 입법이 예고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최근 이 의원이 정부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야의원이 함께 발의할 예정인 「국가기관의 전자정부 구현에 관한 특별법(안)」을 내놓으면서 관련법 제정은 정부와 국회가 힘을 겨루는 양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의원입법안이 입법·사법·행정부에 대한 법적용이 가능한 상위법의 개념이지만 정부안은 행정부에 국한된 법안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행자부안이 통과될 경우 범국가적인 협력과 정책의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행자부 측은 전자정부의 목적이 행정업무의 생산성 향상과 대국민서비스의 개선에 있는 만큼 먼저 관련 법안을 입법화한 뒤 점차 보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전자정부법(안)에는 입법부와 사법부에도 법의 효력이 적용될 수 있는 준용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 의원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과 주장에 각각 나름대로의 논리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안의 경우 행정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조항들을 모두 담겠다는 취지의 미래지향적인 의원입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행자부 측은 3년 동안 마련한 정부안에 대해 뒤늦게 의원입법으로 제동을 거는 국회 측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고, 이 의원 등 국회 측은 정부안이 온라인 국정감사 등 디지털시대의 기능적 상황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는 곧 양측이 상호신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서로의 입장과 명분을 조율한 통합안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행자부가 마련한 정부안의 경우 정통부 등 관련부처와의 의견조율을 통해 만들어진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전자정부의 구현은 디지털시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관련법의 제정은 디지털시대의 대계를 짜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기관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있어서는 안되며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의 의견을 포괄할 수 있는 훌륭한 전자정부 관련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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