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벤처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신주인수가 주류를 이뤘던 벤처투자 패턴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으로 바뀌고 있다. 코스닥 침체가 예상 외로 상당기간 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벤처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자는 판단이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 공격적인 벤처투자를 실시했던 은행권의 벤처투자팀 중 상당수가 최근 CB를 인수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전문 벤처캐피털업체들도 CB인수 형태의 투자로 그 비중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신주인수와 달리 이같은 형태의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벤처업계의 자금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금융기관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이 CB인수 형태로 85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국민은행(48억원), 한빛은행(4억원), 평화은행(20억원) 등 주요 은행들은 자금경색으로 미등록·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CB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흥·한미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자금시장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출자전환부 옵션대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난해 벤처붐 조성 이후 신주인수 방식의 벤처투자에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은행권의 투자패턴이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도 J창투가 최근 20억원을 CB인수 형태로 투자했으며 현재 3개 창투사가 CB투자를 위한 보증을 받기 위해 기술신보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CB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기술신보에 따르면 현재 각 영업점에서 진행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지 CB형태로 적어도 5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일정 조건을 달아 대출을 해주고 그 조건이 이행됐을 때 한해 투자하는 약정투자와 투자금액의 일정부분에 해당하는 물적담보를 확보한 후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과거 벤처붐 이전에 업계에 성행했던 변칙투자가 재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냉각, 펀딩 실패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벤처기업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다양한 형태의 변칙투자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벤처기업들 스스로도 올바른 벤처투자시장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펀딩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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