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15면/출생의 비밀과 뒤바뀐 운명, 「가을동화」 대 「비밀」

코끝이 찡한 슬픈 운명적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온다. 계절적인 요인이겹치면 가슴이 더 시리고 아프다.

KBS2의 월·화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오수연 극본·윤석호 연출)는 그런 얘기다.

비극의 발단은 뒤바뀐 운명이다. 병원에서 이름표가 바뀌는 바람에 은서(송혜교)와 신애(한채영)는 잠시 다른 운명으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들의 운명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고 다정했던 은서와 준서(송승헌)는 결국 남남으로 갈라선다.

수·목요일, 시청자들은 MBC에서 또 다른 뒤바뀐 운명을 만나게 된다. 이복자매의 이야기인 「비밀」(정유경 극본·김사현 연출)이란 드라마다. 갓난 딸 희정(김하늘)을 버리고 출세를 위해 떠났던 어머니(이휘향)는 훗날 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만난 딸은 친딸이 아니고 다른 여인이 낳은 딸 지은(하지원)이었다. 어머니와 친딸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이 두 드라마는 똑같이 뒤바뀐 운명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그 전개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가을동화」는 가슴 아픈 사랑 얘기다. 반면 「비밀」은 사랑보다는 한 여자의 야망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그래서 「비밀」에는 눈물이 별로 없다. 어머니는 야망을 위해 자식과 남편을 버렸고 딸도 야망을 위해 진실을 숨긴다.

「가을동화」와 「비밀」은 뒤바뀐 운명을 시발점으로 해 비련의 여주인공(은서), 선(희정)과 악(지은)의 대결이라는 구조로 스토리를 이끌고 있다. 이 두가지 주제 모두 멜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하나는 뜨거운 관심을 얻는 반면 다른 하나는 시청률이 그다지 신통치 않다. 물론 드라마의 성공에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과 사회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에도 눈물을 짜냈던 드라마가 많았는데 왜 유독 「가을동화」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시대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함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면서 현실 도피의 마음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가을동화」를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름답고 슬픈 사랑 얘기에 빠져들고 싶어한다는 것.

또 하나는 「눈물」의 배설 미학이다. 마치 실컷 울고 나면 엉켜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씻겨가듯 「가을동화」를 보며 그같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런 요인들을 생각하기에 앞서 수채화같은 영상미와 운명에 저항하는 가슴 아픈 사랑, 주인공들의 감동적인 연기를 보기 위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TV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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