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차세대 D램 대규모 투자 의미

IBM의 50억달러 투자발표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12인치(300㎜) 웨이

퍼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체들은 그동안 12인치 웨이퍼의 투자를 놓고 망설여왔다. 일본과

대만업체들은 이미 12인치 웨이퍼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해 왔으나 실제

로 업계반응은 미미했다.

투자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는데다 이들 업체의 제조공정기술이 이를 뒤따라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세계 D램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도 대만업체들의 투자에 대

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두 업체는 12인치 웨이퍼에 대한 설비투자를 천천히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

다. 삼성전자 이윤우 대표는 『12인치 웨이퍼 투자에서는 처음이길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이같은 심정을 대변했다. 현대전자는 아직까지 12인치 투

자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IBM의 대규모 투자는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도입에 주저하고 있

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체들에 일대 충격을 주면서 생산

설비 투자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IBM의 투자결정은 차세대 반도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정기술경쟁

에 불을 지피게 될 것으로 보인다.

IBM은 뉴욕주에 건설키로 한 12인치 웨이퍼 공장에 구리배선기술및 실리콘

녹연마구조, 저유전율을 자랑하는 녹연막재료 등 0.1㎛ 미만 제조기술을 적

용키로 했다.

IBM은 구리배선칩 공정기술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관

련, 루이스 거스너 IBM 회장겸 CEO는 『사람머리카락의 1000분의 1만큼

가느다란 0.1㎛ 이하의 극세선을 이용해 반도체를 양산하는 최초의 회사가

될 것이다』고 자랑한 점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반도체제조 공정기술에 앞서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0.1㎛ 미만 제조기술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D램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화성단지 11라인의 12인치 웨이퍼라인에 0.13㎛ 공정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는 청주공장내에 건설하고 있는 12인치

웨이퍼 시험가동라인에 0.16㎛ 공정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IBM의 공정기술은 우리 업체들보다 한단계 앞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적용하는 기술이 다르고 생산하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하는데는 문제가 없지 않으나 이같은 IBM의 앞선 기술은 우리 업체에

위협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IBM

의 앞선 공정기술을 적용한 투자결정은 국내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의 투자결정은 반도체 공급과잉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나왔다

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월가의 증권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촉

발된 반도체 공급과잉논쟁에서 IBM은 비고일축한 것이다.

거스너 회장은 투자발표회견에서 『인터넷붐으로 대형서버, 웹접속장치, 네

트워크장비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술발달로 칩의 처리

속도가 18개월마다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게 돼 적어

도 앞으로 10년동안 반도체시장은 성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IBM의 과감한 투자는 뉴욕월가의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갖고 있는 비관적인

전망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공급과잉의 논란을 부추겨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을 더욱 나쁘게 이끌어 갈 것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주목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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