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의 기술표준을 놓고 논란이 많다.
수출시장과 기술독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놓고 정보통신업계가 「죽느냐 사
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회오리의 한 가운데 우리나라 차세대 이동통신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개발협의회 사업관리단이 자리하고 있다.
송옥환 IMT2000사업관리단장(55)은 냉정히 말하면 정보통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물이다.
과기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과학기술계에서 「마당발」로 통할 정도로 잔뼈가 굵은 그이기에 정보통신관련 기술개발사업관리단 단장으로의 전격 선임에 자신도 어리둥절한 상태다.
아무래도 과기부에서 쌓은 연구프로젝트 관리업무 경험을 인정해 주위에서 사업관리단장으로 추천한 게 아니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관리단장으로의 발탁은 의외가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 80년 5공시절부터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에 10여년간 근무하면서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과 오명 당시 비서관을 모시고 전전자교환기(TDX) 개발프로젝트와 국가전산망구축 프로젝트, 국산주전산기(타이컴) 개발 등 정보·전자통신의 기반이 된 국가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추진해 성공작을 일구어 낸 숨은 주역 중의 한 사람이다.
정홍식 전 정통부 차관과는 청와대 시절 황금콤비로 불릴 정도로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데 궁합이 잘 맞았다.
과기처 정보통신 관련 업무의 ETRI 이관 등과 관련해 당시 내부 반발을 『국가차원에서 생각하자』며 무마시키고 정통부에 이관하는 합리적인 업무추진으로 좋은 평판을 받았다.
한때 정통부로부터조차도 「엉뚱한(?) 오해」를 받았던 ETRI이관은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갖게 한 밑바탕이 됐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중론.
『ETRI가 과기부 소관 출연연으로 계속 남아 있었으면 과기부 형편상 기술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예산을 뒷받침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송 단장 스스로의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선임 차관이자 현재 과학기술부 장관인 서정욱 박사가 CDMA기술개발사업단장을 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과기부 출신 장·차관이 모두 우리나라 동기식·비동기식 이동통신의 기술개발연구기획과 관리를 전담하는 셈이 됐다.
『당시 한국표준연구소의 예산이 2억원이 안되던 시절이니 250억원이 투입된 TDX개발프로젝트는 그야말로 큰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완수해냈지요.』
송 단장은 『기술개발이야 ETRI나 산업계가 하겠지만 개발목표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연구개발기획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관리하고 뒷받침해주는 것은 내 몫』이며 『비동기식 기술개발이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사업관리단은 비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위해 SK텔레콤·삼성전자·LG전자 등 산업계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정통부 등이 주축이 된 기술개발컨소시엄이다.
지난 78년 현재 이동통신의 주축이 된 CDMA의 기술개발을 위해 산업체와 정부, ETRI가 모여 밤낮 기술방향을 제시하고 연구개발을 독려하던 CDMA사업단과 같은 조직이다.
IMT2000 도입을 앞두고 이미 기술을 확보해 개발이 필요없는 동기식 기술개발 대신 수출시장에 필수적인 비동기식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을 총괄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구다.
『IMT2000의 실용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표준연구와 비동기방식 실용시스템, 관련핵심부품기술 개발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곳입니다.』
민·관협의체인 차세대이동통신기술개발협의회의 산하기구이기는 하지만 협의회가 비상설조직이어서 사실상 실무권한을 갖는 조직이라는 것.
사업관리단 산하에는 기획팀과 상용화팀, 요소기술팀 등 ETRI에서 파견된 쟁쟁한 연구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때문에 상용화 및 요소기술 개발 부문의 개발관리·조정, IMT2000표준화연구회 구성·운영, 차세대 핵심기술분야 및 부품기술분야 과제 발굴, 정부출연 상용화 개발사업부문에 대한 수행내용검토 등이 사업관리단의 임무다.
사업관리단의 임무를 실현해 낼 적임자가 바로 그라는 게 정통부나 산업계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가 맡아 관리해야 할 연구과제는 비동기방식 상용기술과제와 모뎀기술·부품개발·핵심기술과제 등 4개 대과제에 10개 소과제로 모두 671억5000만원 규모다.
과기처 연구개발조정실장 시절 선도핵심기술 개발과제 등 연간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관리해 본 송 단장으서는 어쩌면 「새발의 피」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규모다.
그러나 그는 『연구과제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 연구결과를 내놓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차관출신인 그에게 『사업관리단장은 격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송 단장은 『그동안 국민의 공복으로 얻은 경험을 정보통신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답하는 데 격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그를 아는 대부분의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한마디로 『샌님 기질이 있기는 하지만 일의 추진력이나 책임감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사업단 조직이 IMT2000의 상용화직전인 2001년 12월말까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무선인터넷기술, 4세대 이동통신기술 등 선행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당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4, 5년을 내다보는 기술개발도 중요하다는 것.
이런 그의 생각은 과기부 차관시절에도 그대로 나타나 중점연구개발사업, 국가지정연구실사업,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등 대형국가연구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사업을 추진, 국가 주력연구사업으로 출범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송 단장은 『넓은 의미에서 정보통신도 과학기술의 하나가 아니냐』며 『그동안 쌓은 연구개발기획·관리 경험을 갖고 비동기식 기술개발을 위해 주위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분히 수용해 작으나마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두 어깨에 어쩌면 차세대 이동통신산업의 승패가 달려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주요약력>
△경기고·고려대 화공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과기처 동력자원조정관·연구기획조정관·화공생물연구조정관 △과기처 연구개발조정실장 △대통령 경제비서실 비서관 △과기처 기획관리실장·연구개발조정실장·원자력실장 △과기부 차관 △현 원자력안전기술원 이사장 △IMT2000사업관리단장 △녹조근정훈장(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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