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업체들은 리눅스가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리눅스 활성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행정·기업용 리눅스 응용 애플리케이션들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업체의 개발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리눅스 업체에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주거나 정보화촉진자금 같은 각종 정책자금을 저리로 지원해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의식해 한국리눅스협의회 등 민관기관과 공동으로 리눅스의 표준화 및 표준 교재개발, 모범 적용사례 발굴, 리눅스 전문인력 양성, 공공기관의 리눅스 도입 권장 등 각종 리눅스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방부·교육부 등 다른 정부 부처들도 국방정보화 프로젝트나 학내 전산망 사업 등 공공성을 띤 프로젝트에 리눅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
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리눅스 활성화 방안을 정부가 앞장서서 마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스러운가 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윈도가 득세하든 리눅스가 득세하든 간에 그것은 시장 논리에 전적으로 위임해놓아야지 정부가 앞장서서 콩 놓아라 팥 놓아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여기다 공공연한 리눅스 지원정책은 자칫 잘못하면 독점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데다 한미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리눅스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들어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리눅스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동남아 등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기회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독점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선 리눅스와 같은 「대항마」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리눅스 보급이 확대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가 PC나 윈도NT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로열티 문제도 한결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정통부는 리눅스협의회를 통해 리눅스 활성화에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올해말까지 국내 리눅스 사용자 수를 100만명으로 늘리고 내년말까지 500만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리눅스배포판 CD 100만장 보급사업이다.
이밖에도 정통부는 리눅스 보안문제 해소, 공공기관 대상 리눅스 설명회와 세미나 활성화, 리눅스 커널 전문가 그룹 구성 및 육성, 임베디드·클라이언트서버·클러스터 등 분야 기술개발지원, 단계적인 리눅스 자격검증제도 개발 등 정책에 관해 민간기구·연구기관들과 여러 가지로 협의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리눅스 활성화 방안은 리눅스 업계의 응용 프로그램 개발, 일반 리눅스 사용자의 지속적인 증가 등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리눅스의 대중적인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동안 숱하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배포판 CD를 무료로 배포하고 리눅스 홍보에 나섰으나 여전히 리눅스는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다 사업초기에 너도 나도 뛰어들었던 배포판 사업에서 리눅스업체들이 하나 둘씩 철수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동안 PC 사용자들은 과연 얼마만큼이나 리눅스와 친근해져 있는가.
정부의 리눅스 활성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리눅스가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이 문제는 정책 당국의 일방적인 의지보다는 리눅스 업계·리눅스 공동체·정책 당국이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수밖에 없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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