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가상현실(VR)의 현재와 미래

김희원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한낱 컴퓨터 시스템을 돌리는 생체 에너지원으로 존재하며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를 현실로 인식한다. 미래에 대한 허구적이고 과장된 표현이지만 실제로 1965년 컴퓨터가 현재의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당시에 이반 서더랜드는 그의 저서 「The Ultimate Display」에서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에 연결된 디스플레이 장치로 물리적인 세계에서 표현할 수 없는 개념들을 습득하게 될 것이고 그 디스플레이로 현실의 문제를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절한 프로그래밍이 된다면 우리는 앨리스가 걷던 이상한 나라를 그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때를 가상현실, 즉 VR(Virtual Reality)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가상현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VR를 직역하자면 가상적인 현실이 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의미가 맞지 않는 말이다. 이는 가상을 현실처럼 만드는 것과 현실을 가상의 공간에 제작하는 것, 이 두 가지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의 발전은 하드웨어적인 부문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하드웨어적으로 보면 컴퓨터의 성능은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대용량, 고속화하는 컴퓨터와 각 컴퓨터를 연결하는 고속 통신망의 발달로 전세계는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만 이미 하나의 커다란 컴퓨터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분야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브라운관을 사용하던 음극선관모니터(CRT)가 사진과도 같은 해상도를 가지게 되고 TV처럼 보편화됐다. 대체 디스플레이 장치들도 개발돼 왔고 그 과정에서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인 HMD(Head Mount Display)장치도 이미 상용화됐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컴퓨터와 인간의 중간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장치들이 추가되고 다른 대체장치들도 계속 개발, 상용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발달은 하드웨어보다 더 극적인 발전을 했다. 수학자, 물리학자들의 수치해석에 사용되던 컴퓨터는 수학적 모의실험, 즉 시뮬레이션으로 발전하게 됐고 숫자와 문자로 나오던 시뮬레이션결과를 시각화하기 시작하면서 2차원 그리고 3차원의 결과들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여졌다. 제록스와 애플에 의한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개발이 합쳐지며 컴퓨터의 운용체계가 문자인 텍스트에서 윈도 배경으로 변하면서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를 연구하는 HCI(Human and Computer Interaction)라는 분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3차원 그래픽을 위한 계속적인 개발로 3D그래픽엔진은 이제 우리가 흔히 보는 3차원 게임의 엔진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이외도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가상현실은 이렇게 하드웨어적인 부문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이 합쳐지며 발전했

고 그 형태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시점에 따른 분류로 몰입형 가상 시스템(Immersive VR), 데스크톱/비이클(Vehicle) VR, 그리고 서드 퍼슨(Third person) VR로 가상현실을 구분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가상현실 시스템과 사용자 간의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분류해 △윈도 온 월드 시스템(WoW:Window on World Systems) △비디오 매핑(Video Mapping) △임머시브 시스템(Immersive System) △텔레프리센스(Telepresence) △믹서드 리얼리티(Mixed Reality)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누고 있다.

먼저 WoW는 데스크톱 VR 또는 윈도 속 세계(Window on a world)로 불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1965년 이반 서드랜드가 저서에서 언급한 방식으로부터 출발해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가장 광범위하고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장치로는 일반 컴퓨터의 모니터와 입출력 장치를 사용한다. 비디오 매핑은 WoW 방식의 변형 방식으로 사용자의 몸 전체 또는 일부분을 비디오 입력장치를 통해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에 합쳐서 사용자 몸의 일부분이 모니터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가상공간에 합친 후 3인칭의 시점에서 제어하는 서드퍼슨 VR로도 분류되는 이 방식은 60년대 후반 마이런 크루저의 저서 「Artificial Reality」와 「Artificial RealityⅡ」에 그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몇 개의 상업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이머시브 시스템은 몰입형 시스템으로 1인칭 시점을 충실히 구현하고자 하는 방식에서 출발한, 사용자의 시점을 가상공간에 직접 노출하는 방식의 가상현실 구현 방식이다. 주로 HMD라는 장치를 착용하게 되는데 헬멧처럼 생긴 이 장치로 사용자의 시각과 청각기능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또 다른 방식으로 좁은 공간의 사방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초기에는 「The Closet Cathedral」이란 시스템으로 구성됐고 현재는 「CAVE」란 시스템으로 더 잘 알려진 가상현실 구현 방식이다.

텔레프리센스는 컴퓨터를 사용해 현실세계를 완벽하게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기술로 실제 세계에서의 정보를 원격감지기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원격감지기는 로봇 또는 다른 곳에 설치돼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센서가 있는 곳의 정보를 감지 또는 조작할 수 있다. 사용자는 위험하거나 아주 세밀한 작업 등 직접 손으로 하기 어려운 작업을 이 기술을 통해 작업하게 된다. 로봇에 설치된 텔레프리센스 시스템을 합쳐서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라 불리우며 깊은 바다나 화산지역 탐사 등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믹서드 리얼리티는 텔레프리센스와 가상현실을 접목한 형태로 실제 현실에 가상현실을 합친 형태의 가상현실 구현 방법이다. 이것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입력에도 도움을 준다. 아직 어려워 보이는 이 기술은 컴퓨터가 실제 세계의 정보를 텔레프리센스 시스템으로 수집, 해당하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보여주거나 사용자의 입력을 쉽게 도와준다. 뇌를 수술하는 의사의 안경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에 미리 찍어둔 환자의 CAT 사진을 보여주고 수술 방법을 제시한다든지, 비행기 조종사의 안경 또는 유리창에 지도와 날씨 등의 정보를 디스플레이한다든지 하는 예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보조장치들이 개발돼 왔고 현재도 계속 새로운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 관련된 보조장치는 HMD와 스테레오스코픽 글라스(stereoscopic glass)가 대표적이다. HMD는 작은 LCD를 사용해 헬멧형태로 제작돼 있으며 위치를 알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 시스템을 포함한다. 센서로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감지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스테레오스코픽 글라스는 모니터 화면을 둘로 나눠 화면상에서 3D를 볼 수 있는 장치로 저가지만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 이미 국내에도 많이 보급돼 있으나 효용성은 떨어진다. 이밖에 스테레오스코픽 글라스를 쓰고 사용하는 비몰입형(non-immersive)의 디스플레이 시스템인 버추얼 웍벤치(Virtual Workbench)와 4개의 스크린과 머리 위의 스크린에 3차원 이미지를 프로젝터가 비춤으로써 가상현실을 표현하고 서라운드 사운드를 사용하는 가상영화 시스템 CAVE도 유명한 몰입형 디스플레이 장치 중 하나다.

입출력을 위한 보조장치는 우선 트래커를 들 수 있다. 트래커는 가상현실 내에서 사용자 위치나 방향 등의 정보를 추적해 시스템으로 입력하는 장치로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상용화된 제품도 있다. 전자센서가 무수히 삽입돼 있는 장갑으로 입력장치로 사용되는 데이터 글로브도 손의 모양을 데이터로 받아들여 명령을 수행하거나 손의 모양을 공간에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된다. 이밖에 WoW와 같은 가상현실 시스템에서의 조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3D마우스, 가상현실에서 쓰일 오브젝트를 제작할 때 쓰이는데 주로 제작하기 어려운 모델이나 인간 또는 동물을 레이저로 표면을 스캔해 바로 3차원 오브젝트로 제작하는 3D스캐너, 사람 또는 동물 등의 움직임을 지정된 공간 안에서 잡아내어 가상현실에 제작된 오브젝트가 그 동작을 따라 할 수 있게 만드는 모션 캡처 등도 VR입출력 보조장치로 꼽을 수 있다.

가상현실은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 가상현실이 어떻게 현실에서 응용될 것인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방향이 미래의 응용분야에 대한 한가지 단서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VR는 기술적, 과학적 응용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의학적 응용도 가능하고 인간의 여가시간을 위한 오락장치로도 사용가능하다. 독자들이 상상하는 가상현실에 대한 모호한 정의가 실제로 제작, 본인이 그 사용자가 돼 그 가상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응용분야를 세분화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분야는 건축·토목, 의학, 군사, 교육, 심리학, 기계, 게임 등 너무도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현실 부문은 올해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

고 있는 추세며 많은 회사들이 인터넷에서의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가상현실은 테스크톱 VR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며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는 3차원 공간을 볼 수 있는 뷰어를 다운로드해 브라우저에 설치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가상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현실은 현재 초보적인 단계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현실은 3D포토라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VRML(Virtual Reality Markup Language)이라는 모델링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 VRML에서 변화한 자체 소프트웨어를 쓰는 회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국내 인터넷 연결속도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사용자 컴퓨터의 성능과 속도가 이전에 비해 월등해졌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VR는 가장 초보적인 가상현실 방법이긴 하지만 가상현실의 응용을 실 생활에 접목해 보는 중요한 기초 연구분야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가상공간에는 반드시 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구성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부분은 이 가상공간을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 같은 상황을 다른 사용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 가상현실공간이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이유, 즉 사용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어떤 작업, 교육, 경험을 하고자 하는 한 VR는 끊임없는 발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력

94년 국민대학교 기계설계과 졸업

98년 The Univ. of Newcastle upon Tyne(영국) CS(Computer Science)석사

현재 VRImpact 개발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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