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파이어니어](3)두산그룹 정창근 상무

『일을 맡은 지 이제 두 달인데요. 한발씩 차근히 문제를 풀어나갈 것입니다.』

사실 좀 막막할 수 있다. 나이 서른아홉에 상무 직함을 달고 한 그룹의 e비즈니스 실무를 진두지휘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창근 상무에게는 남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미국 오스틴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수여한 후 두산으로 옮겨오기까지 정 상무는 삼성SDS에서 해외사업총괄그룹을 맡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97년 삼성전자의 중기 정보화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삼성반도체 BPR 컨설팅을 맡았다. 또 국세청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정보화 및 인터넷구축사업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 상무가 처음부터 「e비즈니스 통」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 상무는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 있었다고나 할까. 미국에서 과학자에게 지원하는 자금(내셔널사이언스파운데이션:NSF)을 받아 공부할 정도로 수재였던 정 상무는 반도체 테스트 기기를 직접 개발하며 컴퓨터와 밀접하게 생활하던 터에 향후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이란 판단과 함께 삼성SDS로 진로를 결정한 것이다.

정 상무가 다시 삼성SDS를 박차고 이곳으로 옮겨올 때는 「일을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e비즈니스에 대한 톱의 의지도 의지지만 일을 책임지고 있는 전략기획본부의 독립성이 「한번 승부수를 던져볼 만 하다」는 판단을 내리게끔 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의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IMF가 시작되기 전인 96년 두산보다 더 잘 알려진 「OB맥주」를 매각하는 등 자금을 확보해놨다. 두산이 다른 기업이 한참 어려울 때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의 e비즈니스가 타 기업보다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는 미비하다.

정 상무는 e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위한 정보전략계획을 수립중이다. 우선 그룹 내부 인프라를 선진화하고 안정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 그룹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구축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은 내년 1분기 정도면 안정화될 전망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오프라인 기업의 활성화에 온라인 마케팅 활용을 본격 검토할 계획이다. 이미 착수한 두산타워 중심의 포털 사이트가 그 예다. 내년 3월 가동될 포털 사이트는 두산타워의 주 고객층인 10∼20대를 겨냥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운영할 예정이다. KFC, 버거킹 등 계열사의 인프라도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정 상무는 e비즈니스 성공 요인 중 하나를 현재 보유한 인프라와 조건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보기술(IT) 관련 핵심 인력이나 기술이 앞서 있는 기업이 아닌데 굳이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이 때문에 아웃소싱에 주목한다. 정 상무는 기업간(B2B) 상거래를 할 경우에는 ASP 서비스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사ERP가 안정화되는 내년 상반기 정도 ASP 서비스를 통한 B2B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 밭을 일구는 작업인 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정 상무는 두산그룹의 변신을 지켜봐줄 것을 당부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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